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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의 열기' 주연 박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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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의 열기' 주연 박건형

입력
200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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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손짓을 하세요. 뒷자리에선 보이지도 않겠어요. 관능적인 작품이니 서로를 만지는 걸 두려워 말아요.”안무가 레온 앨더튼은 보다 과감하고 힘찬 몸짓을 요구했다. 안 그래도 야한 작품이 훨씬 섹시하게 보인다.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연출 윤석화) 연습장.

비지스의 디스코 음악에 맞춰 검은 나팔바지에 검은 쫄티의 남자들과 배꼽을 훤히 드러낸 시원한 차림의 여자들이 짝을 이룬다. 그 가운데서 혼자 흰 민 소매 티셔츠 차림을 한 사내가 보인다. 쭉 뻗은 다리에 착 달라붙는 나팔바지, 뾰족한 구두, 땀으로 적신 머리칼에서 ‘수컷다운’ 냄새가 물씬 풍긴다. 작년 ‘토요일 밤…’ 공연이 배출한 스타 박건형(28ㆍ토니 역)이다.

윤석화가 무명의 박건형을 주연으로 내세운 건 그에게서 ‘젊음의 심볼’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댄스경연대회 우승이 꿈인 토니 역을 위해서는 춤에 관한한 달인이 필요했다. 토니를 맡기 전에 박건형은 80㎏가 넘는 거구의 춤치였다. 안무가 레온이 ‘너무 몸이 딱딱하다’고 걱정을 했을 정도. 그런데 “1년 전에 비해 보다 편해졌다.

몸에서 자연스레 춤이 나온다”며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어떻게 박건형은 10㎏ 넘게 몸무게를 빼고 ‘춤의 왕’으로 등극할 수 있었을까. “2시간 40분짜리 공연을 끌고 나가려면 체력이 ‘빵빵’해야 해요. 따로 체력훈련을 해야 되요. 집에 들어가면 온몸이 쑤시죠.”

자세히 보니 멋진 입술은 부르터 있고 나팔바지는 너덜너덜하다. 무릎은 다 헤졌다. 여자를 수 없이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온몸을 던져 바닥을 뒹구는 춤이 부지기수다. 관객은 전율이 일 정도로 관능적인 춤에 취하면 그만이지만, 이를 위해 배우들은 혹사당해야 한다. “과감하지 않으면 어설퍼 보이니까요. 올해 공연은 에너지를 더 불어넣을 겁니다.”

처음부터 ‘춤의 왕’은 아니었다. “춤을 못 추니까 스스로 작아지더라구요. 그게 싫었어요. 언제까지 숨을 수도 없어서 ‘깨져보자’는 마음으로 ‘토요일밤…’ 오디션을 봤어요.” 2002년 연말, 편지 한 통이 그에게 전해졌다. 주연 토니 역 확정을 알리는 편지였다.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모두가 원한 역인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주연으로 선 첫 무대는 그에게 ‘울컥’하는 감격을 안겼다.

아직 ‘스타’라는 말은 어색하다고 했다. “그저 다른 배우와 같이 했을 뿐인데…. 지금 기분은 좋지만 고작 여기에서 만족하면 안 되죠. 정신 차려야죠.” 공연이 끝난 뒤 우르르 몰려오는 팬들은 즐거움이자 당혹을 동시에 준다. “공연 끝나면 저는 토니가 아닌데 30~40명씩 달려오면 당황스럽죠. 창피하구요. 네티즌 팬이 1만명이 넘는다는데, 전 컴퓨터도 잘 몰라요.”

‘토요일 밤의 열기’는 7월17일부터 8월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02)3672-3001

● '토요일 밤의 열기'

‘디스코의 시대’였던 197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콘 같은 영화로 비지스의 디스코 선율이 전편을 넘실거린다. 1998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RSO 프로덕션이 이를 뮤지컬로 만들어 무대에 처음 올렸다. RSO는 ‘그리스’ ‘토미’ ‘에비타’ 등을 만든 굴지의 프로덕션.

페인트 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춤의 세계를 동경하는 토미, 토미 만을 바라보는 아네트(윤석화), 춤을 발판으로 상류사회로 진출하려는 스테파니(배해선), 그리고 각자의 고민으로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역동적인 춤으로 형상화했다. 윤석화가 제작과 연출, 연기 1인3역을 한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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