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여유롭고 화평한 노래.’ 우리나라 전통가곡(중요무형문화재 30호)이 그렇지 않을까. ‘봉선화’ ‘그리운 금강산’ 같은 근대가곡이 나오기 전, 시조 시를 조촐한 관현악 반주에 얹어 5장 형식으로 부르던 바로 그 노래. 민요나 판소리의 대중적 인기와는 달리 옛날 선비들의 풍류방에서 사랑받던 가곡은 간신히 명맥을 잇는 형편이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보물이기도 하다.현재 여창(女唱)가곡의 예능보유자로는 김영기(46), 조순자(60) 2명이 있다. 그 중 김영기(46)씨가 셋째바탕으로 독창회를 한다. 29일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
셋째바탕이라 함은 가장 널리 불리는 사설(노랫말)을 모은 첫째바탕과 그 다음 가는 둘째바탕 이하, 그러니까 거의 불리지 않는 곡들이다. 예컨대 가곡 중 가장 느린 ‘이수대엽’의 첫째바탕은 ‘버들은 실이 되고…’, 둘째바탕은 ‘간밤에 부던 바람에…’ 로 시작한다. 같은 곡이라도 사설(노랫말)에 따라 선율이 조금씩 달라진다.
현재 악보가 전하는 여창가곡은 모두 88수. 셋째바탕을 소개하는 이번 무대에서는 10곡을 부른다. 사설이 각각 2수, 1수뿐이어서 겹칠 수 밖에 없는 ‘반엽’과 ‘태평가’를 뺀 나머지 8곡은 일제시대 유성기 음반이나 악보만 있고 불리지 않던 곡들이다. 잊혀진 전통가곡을 찾아내 그 아름다움을 일깨워줄 공연이다. 대금ㆍ장고ㆍ단소ㆍ거문고ㆍ해금ㆍ피리ㆍ가야금이 하나씩 반주에 참여한다. 문의 (02)580-3300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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