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8일 김선일씨 피살 사건에 따른 외교·안보 라인 문책론에 대해 "진상을 엄격하게 규명한 뒤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책임이 없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을 밝혔다.이에따라 이달 말 3개 부처 장관 교체에 이어 내달 10일께로 예상되는 후속 개각에서의 문책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우선 김씨 사건을 직접 다뤄온 외교통상부의 반기문 장관을 경질하는 방안에 대해 소극적이다. 또 외교·안보 분야 조정 및 기획 역할을 담당해온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은 유임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청와대는 고영구 국정원장 교체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영길 국방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계 없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는 감사원 조사 결과 외교부 수뇌부의 잘못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을 경우 외교장관을 유임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교부 수뇌부가 김씨 피랍 여부를 문의한 AP통신의 전화 내용을 보고 받았는데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반 장관이 경질될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외국에서 우리 국민이 피살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민 한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직접적 책임이 없는 장관을 곧바로 그만두게 하면 누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취임 5개월밖에 안 된 장관을 쉽게 바꿀 경우 다른 장관이 와도 직원들에게 영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 대신에 외교부 제도와 운영 시스템을 적극 개혁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수 국민의 여론은 외교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쪽이어서 노 대통령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정보체계 문제와 관련해서 관련 기관들의 현지 정보 활동과 교민 동태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졌는지를 살펴보라"고 언급하는등 국정원의 해외정보 수집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당초 대통령 직무 복귀 직후 사의를 표명했던 국정원장을 유임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요즘에는 다소 상황이 달라졌다.
노 대통령은 또 군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민간 출신을 국방장관에 기용하는 방안을 연구해보라고 보좌진에 지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임기 중에 최소한 한번은 민간 출신을 국방장관에 기용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번 개각 때 민간 출신이 발탁될 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