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오케'라는 단어는 일본이 만든 조어다. 가라(假)와 오케스트라의 합성어다. 일본의 최대 수출품이라는 말이 있듯 세계 어디를 가도 가라오케라는 말이 통용된다. 일본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조어에 '재테크'가 있다. 재무에 테크놀로지를 합친 것으로, 일본 대기업들이 경영 여건의 변화로 정상적인 경영으로는 흑자 유지가 어렵게 되자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개발해 전 세계에 퍼졌다. 이것이 기업의 차원을 넘어서 국가적 수준에서 금융정책에 활용되기도 하고 개인이나 가계에서 자산 운용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얼마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인 이규동씨의 기발한 시대별 재테크 수법이 법정에서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는 증여세 포탈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재용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아버지(이규동)가 1960∼70년대는 주로 부동산과 개발신탁 등에 투자하다 이후 기업어음으로 자산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도산하자 양도성 예금증서 등으로 전환했고, 노태우 정권 때에는 다시 채권으로 바꿨으며, 금융실명제 실시 후에는 무기명 채권에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채권을 받고 5∼6개월이 지나서야 현금화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재판부 질문에 액면가 15억원을 현금화하면 10억원 정도밖에 못 받아 5억원이 너무 아까웠다고 답했다. 또 수십억원대 횡령범은 5년, 수백억원대는 10년 안팎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이렇게 낮은 형량이나 사실상 횡령한 돈을 몰수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여 감옥행을 각오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에 심해졌다. 모두가 재테크의 도사들인 셈이다.
■ 외환위기 직후보다 더 불황이라고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는 금융자산 10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재산가가 18%, 즉 6만1,000명 늘어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들이 어떤 돈벌이 재주를 가졌는지, 서민들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서민들이 큰 맘 먹고 기웃거리는 증권시장은 지난 10년간 주가지수가 떨어져 투자자들은 평균적으로 본전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기발한 재테크 수법이 등장할수록 서민들은 얇아지는 지갑을 만지며 더욱 풀죽게 된다. 이해찬 총리 지명자의 땅 투기 의혹을 보면서, 재테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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