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어 오는가, 못 들어 오는가."김선일씨 피살사건에 얽힌 의혹을 규명할 열쇠를 쥐고 있는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귀국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부 신봉길 대변인은 27일 "김 사장이 미군부대의 매장 정리 등 업무상 이유로 귀국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김씨 피살 직후 귀국의사가 없다고 했다가 대사관의 종용에 27일 한국행 비행기를 타겠다고 번복했으며, 지난 주 열린우리당과의 통화에서도 "최대한 빨리 귀국하겠다"고 말했었다.
김 사장의 공식적인 귀국연기 사유는 사업때문이다. 걸프전 이후 중동에서 큰 군납업체를 운영하는 형 김비호씨 밑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다 지난해 이라크전 발발과 함께 바그다드로 건너가 독자적인 군납업을 시작한 만큼 시작단계에서 사업을 포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씨 시신을 운구해온 가나무역 동료 정영하씨는 "김 사장은 현지 직원의 안전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귀국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나무역은 한국인 16명을 포함해 동남아인과 현지인 등 200여명의 직원이 납품업무와 함께 건설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귀국의사 번복이 단순히 사업 때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김 사장은 김씨 피살에 따른 도의적인 책임에다 보상문제 협의 등 국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김 사장이 국내에서 비등하는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 감사원 특감 및 국회 국정조사 등의 부담감으로 귀국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의 한 친척도 "김 사장이 가끔 국내로 전화를 걸어 언론보도 상황 등을 묻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일각에서는'김 사장의 귀국시 몰고 올 파장'을 우려한 모종의 세력이 배후에서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한다. 이와 관련 , 현지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김 사장이 원청업체인 AAFES및 주이라크대사관 과의 관계를 의식, 귀국을 연기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씨는 28일 오무전기 황장수 부사장에게 전화해 "다음달 1일께 귀국해 2일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연락해왔으나 실제로 이때 귀국할지는 미지수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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