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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운7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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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운7기3

입력
200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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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느냐고 묻지 말라. 왜냐하면 그것은 너를 위해 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렇다. 유명한 이 표현처럼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어야 하기에 그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종은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한 조종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이든 한 인간의 죽음 앞에서는 숙연해지고 슬픔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특히 김선일씨의 죽음은 그 비극적 결말만큼이나 예사 죽음과는 다른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비극의 근본적인 원인이 한국의 이라크 파병에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라크 파병을 막기 위해 투쟁해 온 사회운동가의 한 사람으로서 왜 좀더 열심히 투쟁해 이라크 파병을 막아내지 못했는가 하는 죄책감에 가슴이 찢어지듯 아프기만 하다.

미군들의 포로 학대 파문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이라크 파병은 처음부터 명분 없는 침략전쟁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하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테러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침략전쟁에 대한 대안은 테러라는 대항폭력이 아니라 모든 폭력에 저항하는 반폭력이다. 그러나 동시에 김씨의 죽음에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조지 W 부시 미 정부, 그리고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차 파병을 강행했고 포로 학대 파문, 스페인 등 참전 국가들의 철군, 그리고 김씨의 납치에도 불구하고 추가 파병 방침을 고수해 온 노무현 정부 역시 김씨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공범이다.

김씨의 비보를 듣고 슬픔을 가누지 못하다가 진정이 되자 문득 떠오른 것은 두 개의 사건이었다. 하나는 총선 직후 "17대 국회에 바란다"는 텔레비전 토론에서 내가 한 발언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노 대통령이 탄핵 기각 이후 연세대 강연에서 했다는 '운칠기삼', 즉 살아가는 데 운이 7할이고 기술이 3할이라는 발언이었다.

텔레비전 토론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24번으로 막차를 탄, 개인적으로 잘 아는 언론계 출신의 개혁적인 정치학자가 이라크 추가 파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는 정말 운이 좋은 줄 알아라.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을 기사회생시켜 준 탄핵도 탄핵이지만 파병으로 이라크에서 조만간 한국인에 대한 테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테러가 총선 전이나 총선 중에 일어나지 않은 것은 정말 운이 좋은 것이다. 총선 중에 이 같은 테러가 일어났으면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져 아마 당신은 비례대표 의원으로 지금 이 자리에 토론자로 앉아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렇다. 노 대통령의 운칠기삼이란 표현처럼 노무현 정부는 너무 운이 좋다. 총선 전이나 총선 과정에서 테러가 터지고, 게다가 AP 통신 문의 스캔들이 보여 주듯이 무능인지, 은폐인지 모를 의혹이 겹쳐졌다면 총선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총선 직전에 파병 문제로 테러가 발생해 집권당이 참패하고 야당이 승리해 파병했던 군대를 철수한 스페인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운이 좋다는 것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이 운이 좋다는 이야기인지는 회의가 든다. 김씨의 죽음과 같은 테러 행위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결코 일어나선 안되지만, 총선 전에 일어나는 것과 총선 후에 일어나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즉, 총선 전에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면 파병에 대해 더욱 활발한 국민적 토론이 이루어지고 총선이 단순히 탄핵에 대한 심판을 넘어서 파병에 대한 심판도 되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운이 좋지만, 운칠기삼의 '운칠'이 언제까지 노무현 정부에 유리하게 돌아갈 것인지, 그리고 우리의 목숨을 언제까지 노무현 정부의 '운칠'에 맡겨두어야 하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제 2의, 제 3의 김선일을 막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손호철/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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