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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행정수도' 반대 나선 이명박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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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행정수도' 반대 나선 이명박 서울시장

입력
200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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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의 우상' 이명박(63).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아직은 장년의 느낌이 강하다. 그가 수도의 수장 자리에 앉은 지 2년째. '불도저'라는 평가 속에 서울시장으로 시정을 비교적 무난하게 꾸려온 그지만 요즘 심경은 편치 않다.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전면 개편 등의 일반 현안과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의 고민이 더 크다. 행정수도와 관련한 그의 '역할'은 대권가도의 중요 분수령일 수도 있다. 장맛비가 내리던 지난 24일 이명박 시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대담 = 김동영 사회2부장

―김선일씨 피살사건 이후 정부의'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취임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행정이나 경영이나 스피드가 우선이다. 일본을 보자. 80년대 신중한 경영으로 앞서나갔지만 이후 정보화시대가 되면서 뒤처졌다. 정보수집의 속도가 과거보다 10배 이상 빨라진 요즘 누가 빨리 결정하고 집행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이러한 스피드행정에 힘을 기울였다. 지금 서울시는 이제 선진국의 잘 나가는 기업보다는 못하지만 국내의 일반기업보다는 더 나은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의 소신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행정수도 이전은 대통령의 소신이라기 보다는 대선에 나오면서 급조된 공약일 뿐이다. 국민 전체의 삶에 통째로 영향을 미치는 수도이전을 추진하면서 얼마나 검토했는가. 공청회를 70여 차례 열면서 여론을 수렴했다 하지만 서울시장인 나조차도 공청회가 열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행정수도이전에 대해 무작정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검토가 부족했다는 이유다. 실무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이전후보지 주변이 물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대청댐에서 물을 끌어오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들이 나올 정도다. 갈수기가 되면 바짝 마르는 대청댐이 어떻게 수원이 된다는 것인가. 이런 것을 두고 검토가 덜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반드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특별법 국회 통과 때 최병렬씨는 과천 하나 더 생기는 것 가지고 뭐 그러냐고 했고, 홍사덕 씨는 반대를 하더라도 선거 뒤에 하자며 말리더라. 이런 한나라당의 태도 때문에 나라가 큰 낭비를 하게 생겼다. 필요하면 내가 가서 대통령과 토론하겠다."

―행정수도 이전 반대가 수도권의 이권 지키기에서 나온 것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을 죽이고 지방을 살리는 쪽으로 정책이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수도권은 그대로 둬야 이 나라에 도움이 된다. 서울이 축적해온 자산을 모자란 곳에 나눠주는 식으로의 수도이전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족히 20년은 검토해야 할 사업이다. 착공 자체도 이뤄지기 힘들 뿐더러 결과적으로는 잘 안될 일이다. 이런 것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으려면 반대하는 사람의 말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과 만남을 준비중이다."

―이 시장이 대권 주자로 나서 당선되면 행정수도 이전은 백지화된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것은 관계없는 이야기이다. 대권을 얘기하는 것은 위험한 질문이다.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을 정권을 걸고 추진한다고 했으니 주변에는 죽으나 사나 이전을 이루려는 사람들만 있다. 국가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대통령은 반대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권한쟁의심판 등 법적 대응을 생각하고 있는가.

"권한쟁의심판은 법적으로 할 수 있다고 했지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만일 그리 된다면 나라 모양이 뭐가 되겠나. 이명박이 원고가 되고 노 대통령이 피고가 되면 다른 나라에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볼지 뻔하지 않은가. 언론이 미뤄 짐작해 해석한 것 뿐이다. 사실 서울시장과 충청도와의 싸움으로 몰아가는 언론에 불만이다. 반대논리를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창구로 언론이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데 단순히 싸움구경 중계만 한다. 내가 왜 충청도랑 싸우겠는가."

―행정수도 이전이 성급했다고 했는데,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체계 개편도 너무 서두른 것 아닌가.

"청계천은 예정대로 내년 9월이면 완전히 복원된다. 완벽하게 공기와 초기 계획이 맞아 떨어진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일류 민간기업의 수준을 넘어서는 의사결정과정의 빠른 속도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은 내가 시장 되겠다고 나오면서 뚝딱거리며 만들어낸 공약이 아니다. 오랜 세월동안 구상한 이명박의 꿈이었다. 이를 이루기 위해 긴 시간 계획하고 준비를 해왔다. 누가 봐도 옳은 방향으로 개선해가는 것을 성급하다는 비판을 두려워해 주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대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밀어붙이는 경향이 짙다는 지적이 있는데.

"찬성하는 사람이 90%이고 반대가 10%일 때 찬성하는 사람들은 조용하고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법이다. 정치인, 행정가 모두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들리는 소리가 전부는 아니다. 분명히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목소리에 휩쓸려 머뭇거리면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고속철도가 이사람 저 사람 말 듣다가 10년이나 늦어졌다. 아직 대구에서 부산까지 공사가 남았다. 포퓰리즘에 빠져서 결국 국가발전에 꼭 필요한 사업만 차질을 빚고 돈이 더 들어가게 된 것이다. 터널 하나 뚫는데 모든 목소리를 다 듣고 있으면 일이 안된다. 결과적으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면 소신을 갖고 추진 하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뉴타운 사업이 한창인데 과연 이것이 강남북의 격차를 실질적으로 없애는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뉴타운을 통해 강북을 강남처럼 만들 생각은 없다. 강북이 강남을 따라가려고 하면 안된다. 친환경적이고 각기 색깔이 뚜렷한 뉴타운들이 들어서면 결국 강남에 없는 것들로 강북이 발전하게 된다. 강남은 강남대로 두고 강북에 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 무언가를 공급하면서 자연히 격차는 해소될 것이다. 이미 강남에 위치한 한 명문사립학교가 뉴타운이 들어설 은평구로 이사하고 싶다고 의견을 타진해왔다. 미래의 가치를 보는 것이다."

/정리=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 이명박과 이라크

"이라크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아픕니다."

70∼80년대 중동 건설시장 개척의 선봉장이었던 이명박 서울시장은 인터뷰 중 김선일씨 피살사건에 대해 남다른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 시장은 "한국과 이라크의 국교는 현대건설에 근무하던 시절 내가 열었다"면서 "한국이 이라크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대(對)중동 외교시스템을 비판했다.

이라크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이 시장은 "보통 아랍 단체들은 납치시한을 연장할 경우 반드시 살아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데 살아있는 화면이 전혀 없어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며 "외교부가 그런데도 희망적이라고 얘기하는 걸 보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직후 이라크 건설수주를 따내기 위해 청와대의 지원 속에 극비리에 바그다드로 들어갔던 일을 소개하면서 "당시 북한은 중동 대사관의 총본산이었던 이라크에 부수석을 대표로 하는 사절단까지 파견해 이라크 정부에 대해 현대와의 교류를 항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81년 영사관계를 맺은 후에도 북한의 항의는 계속돼 한동안 북한과 이라크의 관계가 서먹해졌었다고 한다.

이 시장은 "한국과 이라크 국민들은 상당히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우호적인 관계인데 이번 김선일씨 사건이 일어나 안타깝다"며 양국 감정악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 이명박 서울시장 프로필

생년월일: 1941년 12월 19일

학력: 1960년 포항 동지상고 졸업

65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96년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수료

경력: 65년 현대건설 입사

77∼92년 현대건설 등 6개사 대표이사

사장, 회장 겸임

80년 해외 건설협회 업계대표 회장

82∼92년 대한상의 부회장

92∼95년 제14대 국회의원

96∼98년 제15대 국회의원

2002년∼ 제32대 (민선3기)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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