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민주) 미국 상원의원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백악관은 역사상 가장 부유한 대통령 부부를 맞게 된다. 좀 더 정확히 하자면 백악관은 최고 갑부 퍼스트 레이디를 둔 44대 대통령의 얘기를 기록할 것 같다.케리 후보의 부인 테레사 하인즈 케리(65)는 소문난 부자다. 토마토 케첩으로 유명한 하인즈 가문의 후손인 전 남편 존 하인즈 3세 상원의원(공화)이 1991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약 5억 달러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4년 뒤인 95년 케리 의원과 재혼하자 억만장자 미망인과 야심만만한 정치계 거물의 결합은 워싱턴 정가의 화제를 몰고 왔다.
그러나 테레사 케리가 막대한 유산을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지, 순자산이 그동안 얼마나 불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대선을 앞두고 미 언론의 집중 추적 대상이 돼 왔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7일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와 상원 재산 신고 내역, 유언장과 다른 공문서를 토대로 자체 분석한 결과 테레사 케리가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가산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혼 후 9년 사이 상속 추정액의 두 배로 증식한 셈이다.
그녀가 백악관의 안주인이 될 경우 케리 부부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재력을 훌쩍 뛰어넘게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케네디는 대통령 당선 당시 매사추세츠의 거부인 아버지가 조성한 펀드에서 연간 50만 달러의 개인 수입을 올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통화 가치로 환산하면 1억2,400만 달러에 해당한다.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의 재산은 텍사스 목장을 포함해 1,300만 달러 정도. 그러나 아버지 부시가 관리하는 부시 가문의 재산 전체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인즈 가문의 재산을 관리해 온 피츠버그의 멜론 파이낸셜 코퍼레이션즈에 맡겨진 테레사의 돈은 연중 하루도 빠짐없이 투자처를 찾아 흐른다. USA 투데이 등을 거느린 미디어 그룹 개닛, 버드와이저 상표로 유명한 세계 최대 맥주회사 안호이저 부시, 제약업체 화이자, 프록터 앤 갬블(P& G), 노키아와 홈 디포, HCA, 바이오멧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투자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케리 부부의 재산은 너무 방대하고 멀리까지 영향을 미쳐 미국 경제를 비추는 거울이 되는 동시에 이해 관계 충돌에 대한 문제점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테레사 케리는 이름난 자선사업가이기도 하다. 연간 650만 달러를 비영리 단체인 하이즈재단에 출연해 예술과 교육, 여성 건강과 환경 등 사업에 쓰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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