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조기 주권이양은 무장 저항 세력의 공격을 전략적으로 방어하고 이라크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조기주권이양은 이라크전이 미·영국 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의 문제로 전환됐음을 알리는 상징적 조치다."미국과 영국, 독일 등 28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정상들은 27일 이라크 주권 이양을 일제히 환영하고, 이라크 임시정부에 전폭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라크 임시정부의 치안유지와 내년 초 실시 예정인 총선 등 평탄치만은 않을 앞날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날 공동 성명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주권 이양을 축하하며 테러와의 전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시종 밝은 표정으로 농담을 곁들여 "지난 해 이라크 해방 이후 전 세계는 완전한 주권 이양과 자유로운 이라크의 출발을 목격하고 있다"며 "(저항세력의) 야만적 공격도 이라크 민주주주의를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는 "독일은 이라크 임시정부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최대한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EU는 "조속한 시일에 이라크 바그다드에 대표부를 설치하고 내년 1월 총선을 지원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랍권 국가들도 "주권 이양은 이라크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라고 일제히 환영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독립 주권국가로의 복귀를 축하한다"며 "이라크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연합군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알 사바흐 쿠웨이트 총리는 "주권국가로서의 평화와 치안확보가 앞으로의 관건"이라며 지지를 보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주권이양을 '역사적인 날'이라고 논평했으며, 일본 정부도 조기 주권이양을 환영하면서 각의에서 이라크 임시정부를 정식 승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한편 주요 외신들은 미군정이 주권이양 시기를 앞당긴 것에 대해 "주권이양 시점에 맞춰졌을 것으로 보이는 저항세력과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외신=종합
■ 臨政 주요 인사들
28일 미군으로부터 주권을 넘겨 받은 이라크 임시정부는 향후 7개월 동안 새로운 이라크 건설을 위해 기초를 다지게 된다.
총리인 이야드 알라위(59)는 시아파로 임시정부에서 실권을 지닌 최고지도자다.
한때 사담 후세인의 바트당에서 활동했던 그는 후세인이 정권을 잡은 후 숙청을 당해 영국으로 도피, 망명 생활을 했다. 1991년 전직 이라크군과 바트당 간부들을 규합해 이라크민족화합(INA)을 창설했으며 96년 미 중앙정보국(CIA)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쿠데타를 기도하기도 했다. 지난 4월 귀국한 그는 과도통치위(IGC) 위원으로 이라크 군과 경찰, 정보기관 창설 등 안보분야를 주로 담당해 왔다.
의전적 지위의 셰이크 가지 알 야와르(45) 대통령은 수니파로 이라크 최대 부족 중 하나인 샤마르족의 지도자다. 최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업을 해 온 그는 미국에 비교적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쿠르드족인 호쉬야르 제바리 외무장관은 이미 이라크 재건을 위한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전세계를 여행하며 외교 사절로 활동하고 있다.
이라크의 자금줄인 석유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타미르 압바스 가드반 석유장관은 석유 정제와 관련해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이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美 "군정은 실패" 자인/WP "미국적 가치 일방강요 필연적 결과"
28일 전격적인 이라크 주권 이양으로 끝난 지난 14개월간의 미군의 이라크 통치를 미 언론들은 대체로 실패로 규정했다.
AP통신은 28일 "이라크 인들은 미 군정의 고통이 지난 23년 간의 후세인 치하와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미군을 점령군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전·현직 미 군정 관계자들도 군정 실패를 자인했다고 보도했다. 군정에 자문했던 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원 래리 다이아몬드는 "우리는 바른 길로 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군정 실패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미국적 가치를 일방적으로 주입한데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시각을 보였다. 이라크는 2차대전 직후의 독일과 일본이 아니었던 것이다.
미 언론들은 또 치안확보 실패와 이라크 구체제의 완전한 부정에서 실패 원인을 찾았다. AP통신은 "버려진 이라크 기득 세력이 저항 선봉에 서면서 치안이 불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수감자 학대 사건으로 이라크인들은 결정적으로 미국에 등을 돌렸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7일 '실패한 정책의 재앙'이라는 사설에서 "이라크전은 바보스러운 기념물로 자리잡고 있다"며 "아랍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미국을 약자를 괴롭히는 싸움꾼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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