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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모두 임금피크제 하자는데 왜 확산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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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모두 임금피크제 하자는데 왜 확산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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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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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명예퇴직을 당할 바에야, 월급을 적게 받더라도 오래 회사에 다닐 수 있게 해주는 제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샐러리맨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도죠. 회사 역시 나이가 들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직원에게 단지 오래 다녔다는 이유로 월급을 더 많이 주자니 억울하죠. 그래서 임금피크제는 회사측도 원하는 제도입니다.언뜻 보면 인구 고령화와 명예퇴직, 기업의 비용 증가 문제 등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요술상자와도 같은 제도인데 왜 확산이 안될까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합니다.

■ 임금피크제 확산을 막는 두가지 문제

‘피크’(peak)는 잘 아시다시피 꼭대기라는 의미입니다. 지금처럼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서는 퇴직할 때의 임금이 ‘꼭대기’입니다. 하지만 임금 피크제는 ‘한창 일할 때’ 꼭대기 임금을 받고, 퇴직이 가까워질수록 임금을 덜 받는 것입니다. 여기서 두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우선 꼭대기 임금을 받는 ‘한창 일할 때’를 어떻게 정하느냐, 즉 ‘임금 굴절 연령’에 관한 것입니다. 두번째는 줄어든 임금이라도 언제까지 주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현재처럼 정년 보장 대가로 임금을 조정하는 ‘정년고용 보장형’으로 하느냐, 아니면 정년을 넘어 더 고용해주는 대가로 임금을 조정하는 ‘고용연장형’으로 하느냐는 문제입니다. 노사 모두 임금피크제를 원하면서도, 합의가 안되는 것은 이 두가지 문제에 대한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우선 임금 굴절 연령, 즉 꼭대기 임금을 받는 연령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문제는 어떤 산업, 어떤 직종이냐에 따라, 또 기업내 인력구성이 어떻게 돼있느냐 등에 따라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대략적인 기준은 생산성, 즉 실적이 기준이 됩니다. 생산성이 제일 좋을 때 가장 많은 임금을 받고, 그 이후부터는 점차 임금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 기술신보와 신용보증기금의 사례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기술신용보증기금 사례입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보증을 지원하는 기술신보는 최근 직원들을 일반 직위, 문책성 직위(1,2,3단계) 등 4단계로 나눠 문책성 직위로 전락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1단계는 종전 대비 20%, 2단계는 50%, 3단계는 70%씩 봉급을 깎기로 했습니다.

철저하게 직무능력을 기준으로 임금을 차별화하겠다는 얘기죠. 40대 직원이 능력이 안돼 2단계로 전락하면 신입사원보다 임금을 적게 받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럴 때 대개의 샐러리맨들이 ‘이런 대접 받으며 회사에 다녀야 하나’라는 심정이 들만큼, 이 회사의 임금피크제는 ‘사람 잡는’ 제도입니다.

노사문제에 있어 재계의 대변인 격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임금피크제를 적극 찬성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즉 기술신보의 사례처럼 임금피크제를 현행 연공서열형 체제에서 성과주의 임금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형태라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임금피크제의 원조인 신용보증기금 등 대부분 회사들은 그 기준을 아예 나이로 못을 박았습니다. 지난해 7월 이 제도를 도입한 신보는 만 54세를 임금피크로 정해, 55세부터 3년간 기존 임금의 75%, 55%, 35% 수준으로 지급하되, 정년(58세)은 보장하는 것입니다. 회사 공헌도, 직원들의 사기와 정서를 고려한 결과입니다.

■ 도입 기관 대부분 정년고용보장형

두번째, 줄어든 임금을 언제까지 보장하느냐는 문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은행 등 금융권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노사가 제일 먼저 논의했으면서도 도입한 곳은 신보, 기술신보, 산업은행 등 소위 국책기관 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임금피크제 도입에 찬성하고, 협상을 벌였지만 현행 정년(58세)을 임금피크로 해서 추가 고용시 임금을 삭감하는 ‘고용연장형’을 고집했습니다.

명퇴를 당하더라도 노조가 나서 사실상 임금삭감안을 수용할 수는 없다는 논리죠. 고용연장형은 원래 일본식입니다. 1970년대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55세를 정점으로 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회사 가운데 기술신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년은 보장하되 일정시점 이후 임금을 깎는 정년고용보장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임금 굴절 연령에 관한한 기술신보와 같은 극단적 형태나, 또 임금 지급시기에 있어 금융노조와 같은 형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성과주의로의 변화나 일자리 나누기도 고려해야 하지만, 동시에 서구식을 무조건 적용할 수 없는 국민정서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두가지를 잘 조화한 신보의 모델은 앞으로 두고두고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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