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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년2개월19일만에 전격 주권 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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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년2개월19일만에 전격 주권 이양

입력
200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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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임시정부가 28일 전격 출범함에 따라 이라크는 형식적으로나마 이라크인에 의해 통치되는 새 국면을 맞았다. 미국은 연합군이 아닌 유엔 승인을 받은 '다국적군'이라는 새 모자를 쓰고 이선으로 물러나게 됐다.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는 주권이양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가장 먼저 "우리는 스스로 치안 상황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국은 주권이양의 약속을 확고히 지키고 저항세력 척결 의지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조기 주권이양이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궁여지책이었다는 시각이 더 많다. 외신들은 "30일로 맞춰진 저항세력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미 군정 대신 임시정부가 계엄령을 발하는 시나리오를 택한 듯 하다"고 풀이했다.

군색한 모양새로 첫 걸음을 내딛은 임시정부의 전도는 미 군정의 전철 못지않게 험난할 것이다. 우선 임시정부는 외국 테러리스트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저항세력의 공격을 제어해 사회 안정을 이루면서 정통성 시비를 종식시켜야 한다. 임시정부 인사 상당수는 친미 성향이어서 임시정부가 과거 친미성향의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복사판이라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임시정부는 내년 1월 총선 실시, 내년 10월 헌법확정 국민투표 등의 정치 일정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독립' 수준의 자치를 요구할 쿠르드족, 다수파인 이슬람 시아파를 견제하려는 소수 수니파의 반발 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최악의 경우 정파·민족 간 총부리를 겨누는 내전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들의 이해를 조정할 지렛대가 없는 임시정부가 내달 시작하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재판 등을 통해 유리한 정국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지는 임시정부의 연착륙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물론 임시정부 출범으로 이라크에 대한 외부 지원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이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이라크 보안군 훈련 문제가 풀렸고, 향후 총선 지원을 위한 유엔 파견단 및 다국적군 구성, 이라크 국가 대외채무 탕감, 재건 자금 모금 등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라크 임시정부가 향후 어떤 진로를 택하더라도 미국의 그늘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치안 부재 등의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이라크전 종전 직후 자생적 저항세력이 주도하던 저항은 이제 알 카에다 등 국제 테러리스트들에게 넘겨져 이라크 전역이 성전(지하드)의 전장이 됐다"며 "이라크 임시정부가 수렁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주권 이양식 안팎

이라크의 새 장을 여는 이라크 주권 이양식은 너무도 단촐하게, 약 5분만에 끝나 버렸다. 바그다드 중심부 '그린 존'의 옛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 본부 내 한 사무실에서 열린 이양식에는 폴 브레머 전 미군정 최고행정관과 셰지크 가지 알 야와르 이라크 대통령, 이야드 알라위 총리, 마크 키미트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자리에 앉아 있던 참석자들이 일어나면서 이양식은 시작됐다. 브레머 전 최고 행정관이 미소를 지으며 주권 이양문서를 낭독한 뒤 오전 10시26분(한국시각 오후 3시26분) 미드하트 알 마모디 이라크 대법원장에게 이양서류를 넘겨줌으로써 1년2개월19일만에 이라크 주권은 연합군 임시행정처(CPA)에서 이라크로 넘어갔다.

알라위 총리는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감격해 했다. 브레머 전 최고행정관은 이양식이 끝난 후인 낮 12시30분께 미 공군 C―130편을 타고 부랴부랴 이라크를 떠났다. 이양식이 진행되는 동안 알라위 총리의 사무실 인근에서 경호원 한 명이 총격을 받아 다쳤다.

이라크 임시정부 각료들은 오후 4시께 열린 공식 취임식에서 미군정의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알라위 총리 등은 차례로 코란에 손을 얹고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취임선서를 했다. 야와르 대통령은 "수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신의 가호 아래 우리 국민들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습 이양식은 대부분의 언론이 전혀 모른 상태에서 취재진 중 유일하게 로이터 통신 앨리스테어 라이언 기자가 현장을 지켜봤다. 라이언 기자는 "거의 모든 국민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갑자기 이양식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양식을 앞당긴 이유에 대해 알라위 총리는 "우리는 이미 주권을 이양 받을 준비가 됐기 때문"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날 주권 이양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에서 28일 오전 7시30분(현지시각) 현재 다우선물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73포인트 오른 1만453.00에, 나스닥 선물은 13포인트 오른 1518.50에 거래 되는 등 뉴욕과 유럽시장의 주가와 유가는 안정세로 돌아섰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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