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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 金 비법전수]<8·끝>유도 권성세 감독-'한판승의 달인' 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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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 金 비법전수]<8·끝>유도 권성세 감독-'한판승의 달인' 이원희

입력
200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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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이다. “얍~!” 태릉선수촌 실내운동장이 떠나갈듯한 기합과 함께 몸을 비튼 이원희(73㎏급ㆍ마사회)가 연습 파트너를 매트 위에 사정없이 눕힌다. 허벅다리걸기 한판승. 하지만 권성세(47) 국가대표 감독은 마음에 안 드는 듯 고개를 흔든다. “(기술이) 너무 빨라. 힘겨루기를 하면서 살살 약을 올려야지!”유도 국가대표 이원희의 이름 앞엔 늘 ‘한판승의 달인’이란 명예로운 칭호가 따라붙는다. 2004아테네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네 경기 중 세 번을 유도의 꽃이랄 수 있는 한판승으로 장식했다. 날렵한 순발력과 자유자재로 자세를 바꾸는 유연성으로 상대를 찰나에 제압하는 그의 화려한 기술을 두고 권 감독도 “전광석화(電光石火)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화려할 뿐 아니라 구사하는 기술도 다양하다. 허벅다리걸기, 빗당겨치기, 안뒤축걸기, 업어치기 등 언제든 한판이 가능한 기술을 완벽하게 섭렵하고 있다. 그의 이름 앞에 ‘유도 교본’ ‘팔방미인’ 등의 또 다른 수식어가 따라 붙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유도계가 그에게 2000시드니올림픽 때 끊긴 한국 유도의 금맥(金脈)을 이어 달라는 염원을 갖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기대에 부응하듯 이원희는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시작으로 대구U대회 헝가리오픈 우승까지 48연승이란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인 이원희의 목표 역시 금메달이다. 하지만 그는 “세계무대엔 만만한 선수가 없다. 지금까지 올린 좋은 성적이 오히려 (내) 전력을 노출하는 족쇄가 됐다”며 겸손하게 덧붙였다. 땀 범벅이 된 그의 얼굴엔 비장미까지 스며있다.

권 감독도 “기술은 경지에 올라있다. 실력은 어디 내놓아도 나무랄 데 없다”고 잘라 말하지만 “완벽한 승리를 위해선 (이원희의) 단점을 보완하는 전술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희는 승부욕이 너무 강한 게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욕심이 지나치면 흥분한 나머지 자칫 상대에게 역공의 빌미를 줍니다.”

기술보단 전술이 승패를 좌우하게 될 거란 게 권 감독의 분석이다. 그래서 고안한 전술이 ‘3분 뒤 승부’ 작전이다. 처음부터 주무기를 선보이면 체력과 근력이 앞선 유럽의 강호에게 먹히지 않을 뿐더러 기술에 대한 내성까지 키울 수 있다는 것.

3분 동안 힘겨루기를 통해 상대의 기력을 소진 시키고 잔기술로 효과 유효 등을 야금야금 따내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주겠다는 의도다. 마지막 기술은 상대가 넋을 놓고 있는 바로 그 시점에 번개처럼 들어간다. 일본의 기술유도도, 프랑스 러시아 등 유럽의 힘의 유도도, 최고의 복병인 미국의 벽도 그렇게 단박에 메칠 생각이다.

현재 이원희의 훈련이 지구력 및 근력 강화에 집중된 것도 ‘3분 뒤 승부’ 전술을 완벽하게 펼치기 위한 과정이다. 권 감독은 “꼼꼼한 비디오분석뿐 아니라 훈련량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귀띔했고 이원희 역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실제경기처럼 이미지 트레이닝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최근 컨디션은 80%. 아직 20%가 부족하다. 남은 기간 그가 매트 위에 흘리는 땀방울이 부족한 부분을 차곡차곡 메운다면 8월16일 이원희는 세계를 업어 치고 신화의 도시 아테네에 우뚝 선 ‘금빛신화’를 탄생 시킬 것이다. 그것도 한판승으로.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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