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수사국(FBI) 비밀요원을 사칭해 사기행각을 벌이던 미모의 30대 여성이 검찰에 덜미가 잡혔다.27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기소된 정모(33)씨가 국내 은행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시작한 것은 27세이던 1998년 12월 무렵. 당시 모 은행 강남지점의 대부계에 근무하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투자 상담을 하고 싶으니 만나자"며 접근한 그는 "FBI 수사관인데 국제 환치기 조직원 권모씨를 검거하러 입국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범인을 체포하면 곧바로 입금을 취소하면 된다"며 권씨를 체포하기 위한 미끼로 권씨 계좌에 3억2,000만원을 입금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낯선 사람의 말을 의심쩍어 하던 A씨를 자신의 빌라로 데려간 정씨는 수면제를 탄 양주를 먹여 정신을 잃게 만든 뒤 다음날 마치 성관계를 가졌던 것처럼 속여 A씨를 압박했다.
결국 전산조작으로 돈을 입금했던 A씨는 저녁 무렵 9,800여만원이나 텔레뱅킹을 통해 빠져 나가자 뒤늦게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정씨는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정씨는 이에 앞서 96년 화려한 옷차림에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등 재벌가 딸로 행세하면서 알게 된 B씨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여 4,9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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