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부터 서양화가 송필용(46)씨의 아홉번째 개인전 '흐르는 물처럼'이 열리는 학고재의 전시실은 온통 물빛이다. 물빛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시험이라도 하는 듯하다. 금강산 등지에서 느낀 우리 산하의 물빛이다.전남 담양군의 옛 우체국 건물에 터를 잡은 송씨는 1990년대까지만해도 남도 땅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작품은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시정을 재생한 것이었다. 99년 북녘땅 금강산을 밟으면서 송씨의 작품은 물로 옮겨갔다. 거침없이 떨어지는 폭포수처럼 산의 소리를 시각화하는데 물은 가장 좋은 소재가 됐다고 한다. 그가 제일로 꼽는 물빛은 금강산의 것이다. "물의 기운과 물이 만들어내는 대기의 변화 때문에 언제나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니까요."
이번 전시에서 그는 물빛의 표현에 집중한다. '구룡포' '비봉폭' 처럼 기세좋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나 유유히 물이 흐르는 '삼일포' '해금강' 연작에서는 투명한 물이 푸른 쪽빛을 입느다. '금강옥류' '보길도 세연지'같이 고요히 고여있는 호수는 비취색 옥빛을 띤다.
캔버스에 유화물감을 바르는데도 물의 속도감을 표현하는 붓길을 보면 마치 전통그림 한폭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우리 산하를 표현하기에는 유화의 질감보다는 한국화의 그것이 제격"이라고 한다. 7월 13일까지. (02)739-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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