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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능 장애 부부 치료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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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능 장애 부부 치료 체험기

입력
2004.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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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생활에 문제가 생기면 흔히 친구나 인터넷, 잡지, 또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꺼리는 상대가 있다. 바로 배우자이다.최근 남성 발기부전을 위한 먹는 약들이 속속 나와 90% 이상 치료가 가능한데도 부부가 함께 노력하지 않아 만족스러운 성생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발기부전은 남편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부의 문제다. 진단부터 치료까지 남편만 병원을 찾는 것은 문제해결 가능성을 절반으로 낮추는 셈이다.

3년 전 함께 치료를 시작한 이모(45)씨 부부는 “부부가 서로를 이해할 때 새로운 성생활이 열린다”고 말한다. 성가병원 비뇨기과 이지열 교수와 함께 이들의 치료 성공기를 들어본다.

#남편 문제가 생긴 건 외환위기가 닥친 1999년부터였습니다. 사업체를 운영하느라 스트레스가 심각했는데 어느 순간 부부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더군요. 점점 집에 들어가는 게 싫어지고 2~3일마다 하던 것이 일주일, 열흘로 뜸해졌어요. 처음엔 나이가 들었나 보다 했는데 여전히 왕성한 친구들 얘기를 들으면 더 스트레스가 심하고 위축됐습니다. 관계 도중 실패해 둘 다 불만에 가득차기도 했어요. 저도 자존심이 떨어지는데, 아내가 원망을 하고 점점 싸움이 커졌습니다. 아이와 직장에까지 영향을 미쳐 분위기가 엉망이었습니다.

#아내 정말 남편이 원망스럽고 밉고 바보 같았어요. 남녀가 만나 결혼을 했으면 배우자를 위해 성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평소 생각해왔는데 남편이 노력을 안하는 것 같더라구요. 전 마흔이 가까우면서 성욕이 더 높아졌거든요. “차라리 끝내자”는 말도 많이 했어요. 부부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맞춰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남편 저는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면 됐지, 꼭 성생활로 서로를 만족시켜줘야 하느냐고 했죠. 병원 가기도 너무 싫고, 그냥 보약이나 먹으면 모를까. 정말 애만 아니었으면 그 때 끝내자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딸이 “아빠 별 것도 아닌 걸 갖고 왜 그래. 병원도 가보고 건강도 좀 챙겨”, 이러더라구요. 마음을 고쳐먹고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았습니다. 2년이 걸린 거죠.

#이지열 교수 남자들이 처음 문제가 있을 때 혼자 끙끙 앓으면서 잘못된 정보를 얻는 게 문제입니다. 실망감만 커지니까요. 그러다 점점 빈도가 떨어지고 성욕이 줄면서 성기능장애로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적지않죠. 부부 양쪽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죠. 남성 배우자의 발기부전이 없는 경우 여성 성기능장애가 있는 비율이 단지 8%인 반면, 남성이 발기부전이 있는 경우에는 62%에서 여성 성기능장애가 나타납니다. 중요한 것은 먼저 부부간 대화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다른 질병이 있는 건 아닌지, 약물이나 주사제 등 치료가 필요한지 상담해야 합니다.

#남편 친구들 부부를 만나보면 남자들은 잘 모르는데 부인들 사이에선 볼멘 소리가 나오더군요. 함께 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 이런 점을 새롭게 알게 됐죠.

#이 교수 남자는 사정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지만 여자는 전혀 달라요. 여성들에 대한 외국 조사에 따르면 전희과정이 가장 만족스럽다는 답변이 58.2%인 반면 성행위 자체가 가장 만족스럽다는 대답은 11.2%에 불과합니다. 배우자가 어떤 경우에 좋아하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대화해야 합니다. 대화는 성행위 도중이 아니라 끝난 뒤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나눠야 합니다.

#남편 저는 의사의 입을 통해서 스트레스, 술, 심리적 위축감 이런 것이 얼마나 남성을 방해하는지 들은 것이 큰 위안이 됐습니다. 내가 아내에게 말하면 싸움이 되지만 의사의 말은 수긍이 되잖아요.

#아내 약 먹고도 안 되면 더 불만스러웠어요. 그런데 약을 먹어도 그날 컨디션이나 음주, 음식에 따라 효과가 안 나타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이 교수 처음에 어떤 치료방법을 쓸 것인가 하는 전략을 세울 때부터 배우자의 이해가 중요합니다. 그저 발기만 유지하는 것과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이어가는 것과는 엄청나게 다르죠. 주사치료의 경우 배우자가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흔하구요, 약물의 경우 부부의 생활패턴에 따라서도 선택이 달라질 수 있죠.

#남편 처음 주사치료를 받았을 때 효과는 좋았는데 6시간이나 가라앉지 않아 쩔쩔맸습니다. 보통 밤에 주사를 놓으니 병원을 갈수도 없고 얼마나 난처했는지 몰라요.

#이 교수 그런 경우 병원에 와서 피를 약간 뽑아주어야 합니다. 자칫하면 괴사가 일어날 수 있어요. 약을 먹을 때 “앞으로 평생 이 약을 먹어야 하나”라는 자괴감이 생길 수도 있지만 자신감이 회복되면 점차 약을 줄여가면서 약 없이도 성생활이 가능해집니다. 나이가 들면 남성도 갱년기가 오는데 이 경우 남성 호르몬과 병행치료하면 효과가 있습니다. 요즘은 바르는 남성 호르몬도 나와있어요.

#남편 치료를 받고 나서 성생활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말로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아내가 ‘오늘 너무 좋았다’고 하면 굉장히 효과가 크더군요.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할 때도 ‘이러면 더 좋았겠다’는 정도가 좋겠어요. 그래서 이제는 약을 먹지 않고도 성공합니다.

#아내=저는 남편을 보는 시선이 정말 달라졌어요. 성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젊을 때보다 높구요. 그전엔 어딜 가더라도 따로 다니고 싶었는데 이젠 남편이 자랑스럽고 감사합니다.

#남편 요즘 주변에 보면 20,30대부터 문제가 있는 경우를 봐요. 그런 남자들에게 ‘부부가 솔직하게 대화를 하라’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김희원기자

■ 부부동반치료 어떻게 해야 하나

피로, 스트레스, 과음 등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면 부부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경우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먼저 성기능장애는 하나의 질병이며 치료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로 성생활이 자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부 공동의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병원을 찾을 때는 부부가 같이 내원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성의 경우 성욕과 성 각성은 훨씬 복잡한 문제다. 단순한 외부 자극보다 부부간 성적 친밀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지열 교수는 "의사를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현실적으로 의사도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으므로 성 상담을 받기 전 부부끼리 문제를 따져보고 꼼꼼히 메모해 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사소한 것이라도 의사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부부가 앓고 있는 병(당뇨 고혈압 등), 수술 받은 병력, 직업, 학력, 부부간의 문제, 성생활의 빈도, 방법, 성생활의 만족도 등이 모두 포함된다. 대체로 성클리닉에는 정해진 설문지가 있으므로 작성해서 제출하면 된다.

부부는 의사를 통해 성기능장애의 빈도와 특징, 남녀의 성반응 생리, 나이에 따른 적절한 성지식을 얻을 수 있다. 친밀감, 성 지식, 성에 대한 과거 경험 등이 성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치료제, 치료방법을 선택할 때에도 부부 사이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는 "발기부전 치료제란 최음제가 아니다"라며 "약을 먹더라도 부부가 협력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한다.

치료는 금연, 절주, 운동, 성기능장애 유발 질병의 치료부터 시작된다. 여성의 경우 회음부를 압박할 수 있는 자전거, 패러글라이딩 등을 피해야 하며 성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약물인 항우울제, 항고혈압제 등을 먹을 경우 약을 바꿀 필요도 있다. 그 뒤 발기유발제 및 성호르몬 보충치료, 물리기구, 외과적 치료 등이 있을 수 있다. 치료효과가 우선적인 선택 기준이지만 비용, 환자와 배우자의 선호도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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