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남자가 황급히 응급실로 달려왔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며 가슴이 답답해졌고, 숨이 가빠지더니 온 몸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런 증상은 갈수록 심해져 금방 죽을 것만 같은 공포감에 휩싸였고 주위 도움으로 겨우 응급실에 온 것이다.응급실 당직의사는 즉시 심전도와 혈액검사를 실시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가빠지면 심근경색 등과 같은 초응급상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전도와 혈액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증상 발생 30여분 후 환자는 여전히 불안해 했지만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검사 결과에서 이상 없어 당직의사는 환자를 정신과에 의뢰했다.
이 환자는 정신과에서 ‘공황장애(panic disorder)’라는 진단을 받았다. 공황장애란 예기치 못한 극도의 불안감과 두려움이 여러 신체 증상과 함께 갑작스럽게 나타나 금방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을 유발하는 불안장애의 한 유형. 여러 악재에 흠칫 놀라서 경제 여건이 굳어진 상황을 경제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라고 하는 등 일반적으로도 패닉이라는 말이 최근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공황장애 환자는 공황발작이 언제 일어날지 몰라 두려워하고 이로 인해 사회생활에 제약을 많이 받는다. 특히 지하철, 버스, 극장, 엘리베이터처럼 폐쇄된 공간이나 사람 많은 곳을 두려워하는 광장공포증이 동반되는 경우 환자는 더 큰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환자는 물론 심지어 내과의사조차 공황장애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다, 정신과에 대한 편견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신체 증상 중에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막히는 등의 증상은 심근경색과 흡사하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있으면 우선 심장 관련 검사를 철저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검사에 이상이 없으면 공황장애를 의심하고 정신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공황장애는 꾀병도 아니고 성격이 약한 것도 아닌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며 생물학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이 모두 작용한다. 따라서 공황장애 치료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약물치료와 면담치료를 함께 하는 것이다.
또한 공황장애만큼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자주 가슴 통증을 느끼면 일단 내과에서 검사하고 이상이 없으면 정신과를 찾는 것이 좋다.
공황장애는 생각보다 상당히 흔하고 사람을 공포의 틀 속에 가둬둘 수 있는 무서운 병이지만 정신과 의사와의 적절한 면담과 약물치료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정신과와 정신약물에 대한 편견을 버린다면 더 많은 환자가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박원명/가톨릭대 의대 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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