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체코공화국이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이제 다른 유럽국들과 똑같은 민주주의 원칙과 자유를 갖고 있다. 이는 15년 전 벨벳혁명을 통해 비로소 이 땅에 도입된 것이다. 중·동부 유럽에서 민주주의로의 이전은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광범위한 투쟁의 결과였다. 그 운동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세계인들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새로운 유럽을 가능케 한 변화가 있은 지 5년 만에 민주주의는 넬슨 만델라와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 대통령이 지도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거대한 발걸음을 내디디면서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을 패퇴시켰다. 두 달 전 남아공 민주주의 10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이는 남아공은 물론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민주주의에도 매우 중요한 계기이다. 자유의 이상은 짐바브웨의 인권 투쟁에 있어서도 중요한 동기이자 계기가 되어야 한다.
나는 아직도 정치국이 지배하는 단일 정당(공산당)이 통치하는 국가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 나라에서는 인권과 시민적 자유가 말살당하고, 대중의 여론이 선택된 소수에 의해 편의주의적으로 해석되거나 이데올로기적으로 통제된다. 반대는 억압되거나 범죄시된다. 언론의 자유는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그런 감정은 내 기억 속에는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그런 감정은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감정이 아니라 살아 있는 현실이다.
짐바브웨의 지도자들은 그들이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킬 때에만 국제사회가 협력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이렇게 해서 국제적 고립을 면하려 하고 있으며, 표준적인 민주주의 체제의 기준을 왜곡시켜 시민적 참여라는 외형을 갖추려고 하는 것이다.
올해 국제위기그룹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짐바브웨 의회의 많은 야당 의원들이 살해나 고문, 공격, 체포 위협을 당한 것으로 돼 있다. 의회 선거에서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당시 의원의 20%를 후보로 지명했다. 선거는 조직적 폭력과 위협으로 얼룩져 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이전에 채택된 법률은 언론인들이 상세한 신상 내역을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언론인 허가증을 받지 못한다. 정보 및 프라이버시 보호법은 유일 독립 일간지를 폐쇄하는 데 사용됐고 국가는 이제 인쇄 및 방송 매체의 실질적인 독점을 선언하고 있다. 외국 특파원이란 과거지사에 불과하다.
짐바브웨 정부는 공공 질서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을 이용해 어떤 형태의 항의도 배척하고 정치적 반대그룹의 그 어떤 대중 활동도 봉쇄하고 있다. 이 법 하에서 여성은 발렌타인 데이에 꽃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체포되게 돼 있다. 전체주의 체제는 양태는 다양하지만 그 잔혹함이라는 본질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남아공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와 마찬가지로 나는 한때 번영하고 민주주의를 구가하던 짐바브웨의 쇠락을 보면서 슬픔을 금할 수 없다. 이 나라에서는 현재 수백만 명이 국제 식량구호에 의존하고 있다. 투투 주교가 말씀하셨듯이 이 나라는 현재 예전 모습의 그림자일 뿐이다. 짐바브웨가 그 음울한 그림자를 몰아내고 민주주의 국가들의 공동체 속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바츨라프 하벨/전 체코 대통령/뉴욕타임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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