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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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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혁명가들 / 안성일 지음이 마당에 ‘혁명가’라니 일견 뜬금없어 보인다. 이데올로기의 두 핵이 분열하면서 스펙트럼은 확장 일로에 있고, 색이 만나는 경계의 채도와 농도 역시 현격히 옅어지지 않았던가. 그래서 지난 세기 실패한 혁명가들의 열정은 낭만의 역설로 읽히나 보다. 하지만 저자는 ‘위로부터의 개혁이 인색할 때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꿈꾸는 혁명적 로맨티스트는 있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강자가 힘의 논리로 일관할 때 약자의 저항은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이 통시대적 경험은 저자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분명히 현재 진행형이다. 책에는 트로츠키와 로자 룩셈부르크, 체 게바라 등 20세기 세계혁명사의 주역들과 김산, 조봉암 이현상, 박헌영 등이 등장한다. 혁명으로부터 배신당한 이들의 삶과 열정과 사랑을 섬세하지만 힘차게,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게 조명하고 있다. 선인 1만8,000원.

●길이 멀어 못갈 곳 없네 / 이동식 지음

KBS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저자가 중국의 역사와 문화, 한중관계사를 해부한 책. 상고시대 중국과 한국의 교류부터 최근 한중간의 고구려사 전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료를 동원해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저자는 양국 역사전쟁의 시원을 인쇄술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最古)의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다라니경’이 발견된 후 국제학계가 주목하자, 중국은 몇가지 사실을 들어 부인했다.

중국은 장영실이 만든 세계 최초 강우량 측정기도 중국에서 원형이 흘러간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주변국가의 역사를 자국사로 편입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고구려의 안시성 싸움과 살수대첩, 발해인들의 활동 등에 대해서도 추적하고, 우리 정부가 한중관계의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사적으로 속삭여서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할 때 당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진소리 1만원.

●장안의 봄 / 이시다 미키노스케 지음

한국과 동아시아 고대 왕국의 정치ㆍ문화적 기틀을 제공한 중국 당대의 사회ㆍ문화 연구서이다. 일본 동양사학의 태두이자 세계적 동양학 전문도서관 ‘동양문고’를 설립한 저자 이시다 미키노스케(石田幹之助ㆍ1891~1974)가 격조 높고 편한 문장력을 구사, 마치 문학 작품을 읽는 듯한 재미를 준다. 이민족의 문화를 수용하고 유행시킨, 열린 제국 당의 문화와 풍속을 다각도에서 재현했다.

정월대보름 관등행사, 탐스러운 자태로 나라 전체를 취하게 만든 모란 열풍 등 봄기운이 완연한 수도 장안의 정경 묘사는 당대를 살아간 인물이 남긴 기록인 것처럼 생생하다. ‘태평광기(太平廣記)’ 500권 등 수많은 문헌을 예리하게 읽어낸 바탕 위에서 개방성과 다양성을 토대로 꽃피운 당 문화를 소개함으로써 당의 저력을 읽을 수 있게 했다. 이동철ㆍ박은희 옮김. 이산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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