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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단테클럽/매튜 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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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단테클럽/매튜 펄 지음

입력
2004.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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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클럽매튜 펄 지음 ㆍ이미정 옮김

황금가지 발행 각 9,500원(1,2권)

역사추리소설 ‘단테클럽’은 부피만큼 내용도 묵직하다. 갈등과 음모, 범죄의 연관구조도 중층적이고 치밀하다. 캐스팅도 화려해 19세기 중반 미국 문학 황금기의 내로라 하는 인물들을 총동원했다. 당대 문학사의 단면도 엿볼 수도 있다. 출간과 동시에 역사추리소설의 붐을 선도하고, 젊은 작가 매튜 펄을 일류의 반열에 세운 것도 행운만은 아니다.

우선 소설의 무대, 미국 동부의 보스턴에 주목하자. 알다시피 다기한 사람과 문화가 모여 부딪치고 섞이는 항구도시다. 청교도적 전통과 하버드의 신교적 지성이 대서양 너머 가톨릭의 그것들과 대치하던 최전방 도시. 당시 보스턴에는 유명 출판사들이 밀집, 당대의 문학인들이 모여들던 곳이기도 했다고 한다.

시대상황은 어떤가. 19세기 중엽의 유럽은 산업혁명 이후 신흥 부르주아지들의 자유주의가 끓고, 노동력의 대륙적 재편이 본격화하던 시기다. 반면 미국은 남북전쟁은 끝났지만, 노예제 등 정치ㆍ경제적 갈등의 뿌리는 여전하던 혼란기.

이같은 배경적 도식만으로도 추리소설의 그럴 듯한 서사구조는 떠오를 만하다. 거기에 시인 롱펠로가 단테의 ‘신곡’을 은밀히 번역하기 시작한다. 단테클럽도 출범한다. 신곡은 문학 보수주의자와 하버드 지성들에게는 유럽 자유주의의 전위격인 불온서. 그 와중에 보스턴 저명인사 3명이 잇달아 피살된다. 노예송환법(도망간 노예를 주인에게 되돌려주도록 한 법)을 방관했던 판사가 신곡 지옥편의 3번째 노래(방관자의 죄)에 묘사된 방식처럼 산 채로 구더기에 파먹히는 등 살인의 방식도 비상하다. 사법당국의 주목을 두려워한 단테그룹의 내분 등 갈등은 중첩된다.

과연 범인은? 늘 그렇듯 의외의 인물이다. 인물이 아닌 전쟁일 수도 있다. 으레 전쟁의 명분은 총을 드는 순간 사라지고, 전사(戰士)들의 가치관을 흔들지 않던가. 이같은 서사의 돌출이 억지스럽지 않다. 그래서 메시지도 묵직하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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