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사건이 우리 외교 안보 체제에 던진 문제는 심각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요청으로 감사원이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한 전면 조사에 들어간 것이 이를 반영한다. 적절하고 필요한 조치이다. 김씨 실종여부에 대한 AP통신의 문의를 외교부 직원이 받고 흘렸다는 사실이 어제서야 밝혀진 것만 봐도 무사안일, 기강해이, 책임결여 등의 문제가 정부 내에 깊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AP측에 사실입증을 요구하던 외교부가 이제 와서 스스로 이를 시인했다니 어이가 없다. 우리 외교의 실력이 고작 이 정도인가.감사원 조사 대상은 외교부를 비롯,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정보원 국방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차제에 이들 기관간의 협조 및 공조, 정보관리 등 총체적인 안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보장을 다루는 정부 시스템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김씨 사건에서 큰 잘못이 외교부에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외교부의 잘못은 사실 한 부분에 불과하다고 해야 한다. 김씨 사건은 교민보호의 문제이기 이전에 국제테러사건이었다. 기초적인 정보의 부재가 심각했고, 상황발생에 대한 대처에 구멍이 있었으며, 종합분석 기능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김씨가 이미 피살된 시점에 대통령은 '구명이 희망적'이라는 허위보고를 받고 있었으니 이게 보통문제인가. 따라서 정보를 책임진 국정원, 종합조정 부서인 NSC, 파병부서인 국방부 모두 문책의 대상이다.
국민은 이번 일로 정부에 대해 엄청난 불신을 갖게 됐다. 정부가 무능하면 국민의 생명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국가의 신뢰도 실추를 또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이번에 이를 정비하지 않으면 제2의 김씨 사건은 얼마든지 재발하게 돼 있다. 이러한 외교안보시스템으로 북핵문제, 이라크 파병, 한미동맹변화 등 중차대한 대외현안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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