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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4/베컴, PK실축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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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4/베컴, PK실축 집으로…

입력
2004.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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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키커 바셀의 승부차기를 몸을 날려 막은 포르투갈의 골키퍼 히카르두가 서서히 장갑을 벗고 페널티킥 마크 앞에 섰다. 스코어는 5―5. 히카르두의 발끝을 떠난 볼은 골대 왼쪽을 파고 들면서 네트를 갈랐다. 연장전까지 120분의 혈투가 포르투갈의 짜릿한 역전극으로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히카르두는 영웅으로 떠올랐고, 데이비드 베컴은 'PK의 저주'에 다시 한번 고개를 떨궈야 했다.무명의 골키퍼 히카르두(스포르팅 리스본)가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자존심 데이비드 베컴(29·레알 마드리드)을 짓밟고 개최국 포르투갈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 4강으로 견인했다. 포르투갈은 25일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혈전을 2―2로 비긴뒤 승부차기에서 6―5,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포르투갈은 2회 연속 4강에 오른 반면 잉글랜드는 2회 연속 포르투갈에 발목이 잡혔다.

8강전 최고의 빅카드로 꼽힌 이날 경기는 잉글랜드가 전반 3분 오언이 상대 수비수의 백패스 실수를 절묘한 오른발슛으로 연결, 기선을 잡았다.

포르투갈은 잉글랜드의 신예스타 웨인 루니가 오른 발목 부상으로 교체된 뒤 주도권을 쥐었지만 좀처럼 동점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끌려갔다. 그러나 피구 등을 과감히 빼고 기용한 신예 포스티가가 후반 38분 헤딩 동점골을 뽑아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포르투갈은 교체멤버 후이 코스타가 연장 후반 5분 아크 왼쪽에서 크로스바를 맞고 빨려 들어가는 중거리슛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골든골 제도가 있었다면 경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5분 뒤 잉글랜드의 프랭크 램파드가 축구종가의 자존심을 살리는 오른발 터닝슛으로 2―2,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실력보다는 운에 의해 승패가 좌우된다는 승부차기. 그러나 첫 번째 키커로 나선 '오른발 킥의 달인' 베컴이 공을 크로스바로 넘겨 잉글랜드를 저주 속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3번째 키커 후이 코스타 역시 볼을 허공으로 차는 바람에 6번째 키커까지 5-5, 팽팽하게 맞섰다. 마침내 그라운드까지 내려와 기를 불어넣어준 '축구영웅' 에우제비오 덕분인지 히카르두가 바셀의 킥을 막아낸 데 이어 마지막 킥을 골대 왼쪽으로 꽂아넣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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