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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남기고/고건 前총리 부친 고형곤 박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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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남기고/고건 前총리 부친 고형곤 박사 별세

입력
2004.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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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학회 초대 회장과 제6대 국회의원을 지낸 학술원 회원 고형곤(高亨坤·사진) 박사가 25일 오전7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8세.전북 옥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희전문학교와 서울대 교수, 전북대 총장을 지낸 한국 철학계 1세대 학자다. 하이데거 등 서양 철학을 전공했지만 선(禪)을 중심으로 한국 사상을 깊이 연구했다. 1969년 초간되고, 95년 두 권으로 개정·증보된 저서 '선의 세계'는 창의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한국 철학계의 역작으로 손꼽힌다. 이밖에 '선의 존재론적 구명' '해동 조계종의 연원 및 그 조류' '하이데거의 존재 현전성' 등 많은 저서와 논문을 남겼으며 국민훈장 무궁화장, 학술원 저작상을 받았다.

5·16 쿠데타 직후에는 통합 야당인 민정당에 참여해 군정 반대 운동에도 적극 참여했으며, 63년 총선에서 군산·옥구지역 야당 의원에 당선돼 정치활동을 했다. 청년 시절엔 소설가로, 경성제국대 졸업 후에는 춘원 이광수 밑에서 신동아 기자로 활동한 팔방미인이었다. 교수 시절 강단과 술집을 오가며 호방하고 문학성 넘치는 강의를 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흔 넘어 전북 정읍 내장산장에 11년 동안 독거하며 원효와 선사상 연구에 몰두했고 술을 즐겨 일화가 숱하게 많다.

3남인 고건 전 국무총리가 97년 입각할 때는 남의 돈 받지 말고, 술 잘 마신다고 소문 내지 말며, 누구의 사람이라는 말을 하지 말라는 '목민관 수칙 3계명'을 내려 화제가 됐다. 아흔이 넘어서도 훗설 등 서양철학 원전을 쉼 없이 읽었고, 원효 등 불교 사상을 쉽게 풀어 쓰는 작업에 몰두했다.

유족은 장남 석윤(변호사)씨와 고 전 총리, 혜경, 혜련씨 등 2남 2녀. 빈소 삼성서울병원, 발인 29일 오전9시, 장지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온수리 가족묘지. (02)3410―6915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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