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심득 동경대전김용옥 지음
통나무 발행·8,500원
‘조선사상사의 끊임없는 종교적 열망, 퇴계적 리에로의 회귀는 …점점 현실감각을 상실하는 방향으로 관념화해 갔다. 사대부 귀족관료들은 살아있는 역동적 역사의 큰 물결을 장악하지 못하고 부유(浮遊)하고 있었다.’
최근 끝난 방송강연 ‘우리는 누구인가’를 통해 새로운 국학 연구를 제창하고 나선 도올 김용옥 중앙대 석좌교수가 본격적인 동학 강론의 첫 장을 뗐다. ‘도올심득 동경대전’은 동학의 으뜸 경전인 ‘동경대전’ 역주를 위한 서론이며, 왜 이 경전을 역주해야 하는지 밝힌 책이다.
일찌감치 서양식 발전사관에서 나온 ‘근대’ 개념을 부정해온 도올은 조선후기 사상의 공백을 ‘수직적 구조를 수평적인 관계’로 바꾸고, ‘단계론적ㆍ직선적 역사인식’을 뒤엎은 수운 최제우(1824~1864)의 동학이 메꾸어 나갔다고 본다.
그 ‘개벽’의 핵심사상을 설명하기 위해 도올은 ‘플레타르키아(pletharchia)’라는 말을 만들어 썼다. ‘플레토스(plethos)’는 ‘데모스(demos)’보다 더 광범위한 계층의 제약없는 다중(多衆)이며, ‘아르케(arche)’는 ‘지배’보다 ‘본원’이라는 의미다. 본래 여성과 노예를 배제하고 특정 시민에 한정한 ‘민주주의(democracy)’를 넘어서는 민중의 권위와 합의에 뿌리를 둔 정체(政體)라는 뜻이다. 그 이론적 표현은 최한기에서 논리적으로 완성된 기학이고, 그 실천적 표현은 수운과 해월의 동학이라고 설명한다.
플레타르키아 사관에 따라 우리사상사를 개관한 뒤 도올은 수운의 삶을 소개했다. 수운이 동학의 위대한 창시자라기보다 경주 가정리 용담골 삼취재가녀의 소생으로 서자 취급을 받은 낮은 자리의 사람이었다거나, 그가 이황-김성일을 거쳐 여러 대를 내려온 영남 유학의 전통을 이은 자리에서 득도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동경대전 역주는 이어 나올 책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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