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계신 아버지! 남쪽의 우리 가족들은 모두 건강히 잘 살고 있습니다. 다시 뵙게 될 때까지 부디 몸 건강히 지내세요."한국전쟁 당시 납북된 가족의 안부를 묻는 남쪽 가족들의 육성메시지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북으로 방송된다. 6·25 납북인사 가족협의회 김성호(75) 이사장은 25일 "4월 미국 RFA 라디오방송 측에 남한의 이산가족이 한국전 당시 북한으로 끌려간 가족에게 방송으로나마 안부를 물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고 RFA 측에서 정치색 없는 순수한 내용에 한해 허용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육성메시지는 가족당 5분 정도의 길이로, 먼저 납북 인사의 이름을 언급한 뒤 남한에 사는 가족들의 근황을 전하고 북의 가족의 안부를 묻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협의회는 이달 15일부터 소속 회원 가족들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접수하고 있으며 이미 10여 가족들이 녹음을 끝냈다. 첫 방송은 다음달 중순부터 시작된다.
회원인 김용준(73)씨는 최근 녹음한 육성메시지에서 아버지의 안부를 물은 뒤 "노환으로 돌아가셨다면 북에서 새로 형성된 가족들이라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하며 "통일의 그날까지 건강히 지내 언제고 반드시 만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 자신도 납북된 아버지 김유연(1901년생) 목사에게 "…아버지가 납북된 지 50년이 넘었지만 생사조차 알 수 없어 답답할 따름입니다. 만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그게 언제인지, 또 어디에 묻혀 계신지 그것만이라도 알았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과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지역 사회주의 국가들의 민주주의를 촉진하기 위해 각국의 현지어로 방송하는 민간 단파방송.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이 방송에 대한 라디오 수신방법과 방송 내용 등이 공공연히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한편 김 이사장과 협의회 소속 회원 70여명은 한국전쟁 54돌을 맞은 이날 납북자들이 강제 수용됐던 서대문독립공원(구 서대문형무소)에서 납북자 송환을 바라는 뜻으로 풍선 200개를 북쪽을 향해 날린 후 도라산 전망대에서 상봉기원 망배식 '북으로 끌려가신 아버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를 개최했다.
김 이사장은 망배식에서 "정부가 대북지원정책과 인권정책에 적극적이면서도 납북인사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외면해왔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납북자들의 생사확인과 가족 상봉 및 송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돌아가신 분들은 유해라도 모셔오고, 살아있는 분들은 무조건적인 상봉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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