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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독립심 키워주는 호주의 자녀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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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독립심 키워주는 호주의 자녀교육

입력
2004.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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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정은 자녀를 하나만 둔 경우가 많다. 그래선지 아이들이 공주이자 왕자다.얼마 전 교민 잡지에서 한국 초등학생들 사이에 15만 원 하는 '구찌 지우개'가 유행한다는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랬다. 자신은 못 써도 자녀들이 요구하면 무엇이든 사주는 부모들의 넘치는 사랑 때문인 것 같다.

요즘 호주엔 나이 어린 한국 유학생들이 많다. 대부분 교포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는데 여기서도 이들은 공주이자 왕자다. 모든 것을 교포 가정의 부모가 해 줘야 한다. 한번 한국 모 초등학교 어학연수팀 중 한 학생이 인솔 교사에게 옷을 가져 달라고 해 선생님이 "그런 건 너 스스로 해야 한다"고 하자 그 학생은 "집에서는 엄마가 다 해 줬다"고 말해 씁쓸한 적이 있다.

여기 호주 자녀들은 전혀 다르다. 어린 아이들도 독립적이다. 갓난 아기 때부터 따로 침대에서 자고, 유치원에서도 선생님은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아이들을 자유롭게 놀게 한다. 그래서 한국 부모들은 처음엔 깜짝 놀란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 보면 가관이다. 얼굴은 콧물로 뒤범벅이 돼 있고, 옷은 흙 투성이다. 호주 부모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시동생에게 4살짜리 딸이 있는데 이름이 줄리아다. 내가 한국식으로 줄리아를 대하면 식구들이 이상하게 여긴다. 한번은 파이 집에서 시동생 부부가 줄리아에게 파이가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한 뒤 파이를 먹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나는 어린애가 저 뜨거운 파이를 어떻게 먹을까 하는 생각으로 조그맣게 잘라 주었다.

이 일로 집에서 남편한테 혼났다. 줄리아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왜 해 주었느냐는 것이었다. 어린 애가 뜨거운 파이를 어떻게 혼자 먹느냐고 반박했더니 남편은 "뜨거우면 식혀서 먹으면 되지 않느냐. 다음부터는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도와주지 말라"고 충고했다. 줄리아 역시 도움받는 것을 싫어한다. 도와 주려면 조그만 녀석이 항상 "내가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 나를 무안하게 한다. 여기서는 어린 아이도 독립된 인격체다.

남편은 한국의 어린 유학생들이 돈을 많이 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호주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번다. 초등학생들은 집에서 잔디를 깎거나 집안일을 도와 용돈을 타고, 15살 정도가 되면 햄버거 가게나 슈퍼마켓에서 일한다.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19세가 넘으면 부모와 함께 살아도 일정한 생활비를 낸다. 어떻게 보면 아주 냉정해 보인다.

이에 비하면 한국 아이들은 독립심이 너무 없다. 갈수록 더 그렇다. 호주 부모 행동이 모두 맞다고 할 순 없겠지만 요즘 한국 부모들의 자식 사랑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윤미경 호주/쉐라톤 미라지 골드 코스트호텔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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