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새 비디오/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올해 67세의 배우 잭 니컬슨이 ‘한번 더!’를 외쳤다. 1997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로 중년의 코믹 로맨스를 아기자기하게 선보였던 그가 다시 로맨틱 중년 남자를 연기했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나이는 못 속이는 법. 2003년 작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에서 그는 툭하면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아슬아슬한 위기의 중년을 연기했다.
부유한 독신남 해리 샌본(잭 니컬슨). 그는 20대 영계들만 사귀는 진정한 플레이보이다. 미모의 20대 경매사 마린(아만다 피트)과의 야한 데이트를 위해 그녀의 집을 찾아간 샌본. 그녀와 섹스를 하려는 결정적인 순간, 아뿔사 심장발작을 일으켜 병원에 실려간다. 이 와중에 마린의 이혼한 어머니 에리카(다이안 키튼)를 만나 진정한 중년의 사랑을 일궈나간다는 내용.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에 불과할 수 있는 영화가 잭 니컬슨의 능글맞으면서도 소년처럼 천진한 표정 연기로 빛을 발한다. 에리카가 젊은 애인(키아누 리브스)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자 쓸쓸히 돌아서는 그의 어깨는 감싸주고플 정도다. 그러면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진짜 뭘까.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심과 사랑의 실패로 상처 받지 않으려는 두려움이 아닐까. 감독 낸시 마이어스. 15세 관람가.
●꿩 대신 닭/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중년의 로맨스도 로맨스이지만 잭 니컬슨의 재미있는 강박증 연기를 보고 싶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가 제격이다. 멜빈 유달이라는 로맨스 소설가 역을 맡았는데 그의 강박증이 진짜 유별나다. 길을 걸을 때 보도 블록의 틈을 절대 밟지 않고,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을 싫어해 언제나 뒤뚱거린다. 한번 쓴 비누는 아예 버리고 식당에 가면 언제나 같은 테이블 그것도 직접 가져온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까지….
이런 그도 식당 여종업원 캐롤(헬렌 헌트)을 만나 모든 것이 바뀐다. 그녀는 그의 신경질을 참으면서 식사 시중을 들어줄 수 있는 유일한 여성. 게다가 남들은 모두 멜빈의 현관문을 손으로 두드리지만 유일하게 초인종을 누르는 그녀가, 강박증에 걸린 멜빈의 눈에는 확 들어올 수밖에 없다. 천식에 걸린 어린 아들로 인해 힘들게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까지도.
괴팍한 멜빈이 캐롤과의 데이트를 위해 차 안에서 즐길 음악CD를 촘촘히 준비하는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멜빈이 이웃집 강아지를 돌보면서 따뜻한 인간미를 조금씩 되찾는 과정, 원수처럼 여긴 동네 게이(그렉 키니어)와 우정을 키워가는 모습도 훈훈하다. 이쯤 되면 진정 어른 관객을 위한 로맨틱 코미디라 할 만하다. 1997년 골든글러브 남녀주연상 수상. 감독 제임스 브룩스. 15세 관람가.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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