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3일 국제 사회의 반대에 밀려 세계 각지에서 평화유지군으로 활동중인 미군에 대한 국제 형사재판소(ICC) 기소면제 기간 연장 결의안을 철회했다.제임스 커닝햄 유엔주재 미국 부대사는 이날 안전보장이사회를 끝낸 뒤 "미국은 결의안 초안에 대한 토론이 연장되고 의견이 나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결의안 추진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결의안 철회는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학대 사건 이후 안보리 이사국들에서 미군의 형사 책임에 특혜를 부여하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조지 W 부시 정부는 이라크 주권이양 새 결의안에 대해 유엔의 만장일치 승인을 끌어낸 이후 2주만에 유엔에서 외교적 실패를 경험했다.
미국은 2002년부터 해마다 1년 시한으로 미군을 전범 기소 대상에서 무조건 제외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 안보리의 승인을 얻었다. 미국은 지난해 결의가 이 달 말로 효력이 끝남에 따라 지난 달 연장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 발생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었다.
앞서 아난 총장은 미군 기소 면제 결의안을 "사법 가치를 의심케 하는 것"이라며 "이라크에서의 수감자 학대사건을 감안한다면 이런 면제안을 추진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정부는 지난해 활동에 들어간 ICC가 사소한 이유나 정치적 동기에서 미군을 기소할 수 있다는 이유로 ICC 설립의 법적 근거인 로마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로마협약을 비준한 94개국은 그러나 어떤 나라도 기소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되며 ICC는 사소한 사건들이 다뤄지지 않도록 충분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 미군 기소 면제란
지난해 7월 출범한 ICC가 심판할 수 있는 기소 대상자에서 미군의 제외를 인정하는 일종의 면책특권이다. 미국 정부는 ICC 설립 과정에서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군의 영구적 대상 면제를 요구했었다.
국제 사회는 이를 미군에 대한 특혜로 보고 강하게 반대했지만 미국은 기소 대상에서 면제되지 않는다면 다국적 평화유지 활동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결국 안보리는 협상 끝에 1년 시한으로 미군 기소면제를 승인했고 이 결의안은 한차례 연장됐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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