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60분 동안 뭘 추적하셨나요?"(시청자 김모씨)23일 밤 방송된 KBS2 '추적60분'의 '긴급취재―김선일씨 살릴 수 없었나'편이 알맹이 없는 내용과 엉터리 정보, 미숙한 진행 등으로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추적60분'은 이날 방송 예정이던 '2004 이민보고서'편을 한 주 연기하고, 김선일씨 피살사건 관련특집을 생방송으로 긴급 편성해 내보냈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을 긴급 취재했다"는 책임PD 겸 진행자인 이영돈 PD의 머리말과 달리, 방송 초반 김씨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시립의료원의 표정과 유족들의 오열장면 등을 보여주는데 7분 여를 할애하는 등 이미 뉴스를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된 내용과 화면을 짜깁기해 내보내는 데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엉터리 멘트와 단정적 주장을 여과없이 내보낸 것. 구수환 PD는 사건관련 의문점을 짚는 대목에서 납치와 피살 시점 등 기본 팩트조차 헷갈려 "미군이 김씨의 시신을 발견한 것이 17일이고, 피살사건을 안 것은 21일이었다"고 말했고, 방송이 끝날 때까지 이를 정정하지 않았다. 또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않은 채 "미군이 (미리 알고도) 파병과 관련해 알려주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는 등 단정적으로 몰아갔다. 이영돈 PD도 앞서 "김씨의 피살시간이 현지시각 새벽 3, 4시로 추정된다"는 외교부 브리핑 내용이 나갔는데도, 이라크에 체류중인 독립 다큐제작자 강경란씨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강씨가 같은 내용을 말하자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엉성한 진행도 문제였다. 진행자와 담당 PD 모두 사전준비가 거의 없었던 듯 1시간 내내 "그…" "저…" "뭡니까" 하면서 말을 더듬거나 발음을 틀렸다. 아랍어 알 자지라 방송 등 자료화면을 반복해 보여주면서도 자막처리를 거의 하지 않았고, 강씨 인터뷰 과정에서는 김씨의 피살을 '처형'이라고 표기한 자막을 띄웠다. 또 강씨가 "여기 사람들은 (무장단체가) 참수할 때 윤리나 관례, 순식간에 숨을 끊는 기술이 있기 때문에 (김씨가) 그 순간은 고통없이 편안히 갔을 거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도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방송 직후 인터넷에는 비난이 빗발쳤다. 김모씨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 수 없었다. 더 큰 잘못은 김씨의 억울한 죽음을 가지고 짧은 시간에 아무 생각없이 졸속으로 만들어 방송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모씨도 "다른 시사 프로그램보다 앞서 방송하려고 졸속으로 급조해 내놓은 최악의 방송이었다"고 비판했다. 비난이 빗발치자 KBS측은 24일 오후 인터넷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하고, 사과문을 띄웠다.
이 책임PD는 전화통화에서 "방송이 매끄럽지 못한 점 등 잘못을 인정한다. 인터넷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사과하겠다"고 말했으나, 당초 기획취지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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