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강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강사료 문제가 잠시 입방아에 올랐다. 말인즉 요즘은 강사료도 차별이 심하다는 것이다. 대학 시간강사의 강사료가 시비거리가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몇몇 유명 대학이 인상을 단행한 덕분에 어떤 대학은 시간당 4만원을 넘어섰는데 어떤 대학은 아직도 2만원대에서 정체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이제는 강사들 사이에도 빈부차(?)가 생겼다는 것이다.이런 말도 덧붙였다. 앞으로는 강사료에 맞춰 강의를 하겠다. 학생들의 불만을 사겠지만, 그래서 좋지 않은 강의평가를 받고 그 때문에 강사 자리에서 밀려날 수도 있겠지만, 더구나 '돈 때문에 강의를?'이라는 자괴감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게 시간당 2만 몇 천원짜리 강사의 정당성이라고 항변했다. 그래도 우리는 교육자가 아니냐고 말했지만 나도 속으로는 그의 항변을 지지했다.
후배와 같은 생각을 해본 강사야 적지 않겠지만,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강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싸구려 강의를 통해, 강사들의 일방적 희생을 통해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 때마침 국가인권위원회가 시간강사에 대한 차별이 "결과적으로 고등교육의 질을 저하시켜 국민의 교육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교육부는 시간강사에 대한 지위와 교육활동 가치를 인정하고 전임교원에 비례하는 합리적 대우를 통해 차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를 내놓았다.
그 반가운 소식에 그늘이 드리우는 것은 대학의 시간강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우가 마침내 인권의 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정작 더 우울해지는 것은 인권위의 권고가 권고로만 끝나지 않을까 하는 '성급한' 추리력 때문이다. 오, 부디 이번만은 추리가 과녁을 벗어나길….
조현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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