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개인부문이든 기업부문이든 자금흐름이 '내핍·궁핍형'으로 바뀌고 있다. 가계살림의 '대차대조표'는 좋아졌지만, 돈을 잘 벌어서가 아니라 돈을 안 쓴 결과다.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4분기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개인 부채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지난해말 2.06배에서 3월말엔 2.08배로 높아졌다.
이는 빚이 늘어난 것보다 자산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그만큼 빚상환 능력은 개선된 것이다. 이 배율이 높아진 것은 5년만에 처음이다.
전체 개인부채는 485조5,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0.6% 늘어났다. 가구당 부채도 3,155만원에서 3,174만원(1인당 1,007만원)으로 다소 증가했다. 부채규모로는 사상 최대지만 금융자산은 995조원에서 1,009조원으로 더 많이 늘어났다.
한은 관계자는 "부채증가세는 확연히 둔화했고 그 보다 자산이 더 늘어나 가정의 대차대조표는 개선됐다"며 "하지만 이는 소득이 늘어서가 아니라 씀씀이를 줄인 결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기업부문의 자금 흐름도 경기침체가 그대로 반영돼 기업들은 1·4분기중 총 24조4,000억원의 자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분기(15조9,000억원)보다 54%나 늘어난 규모로 4년만에 가장 큰 액수다.
통상 설비투자가 활발할 때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늘어난다. 하지만 설비투자가 극단적으로 얼어붙었음에도 불구하고, 1·4분기 기업자금조달이 늘어난 것은 내수관련 중소기업들의 운전자금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현금만 수십조원씩 쌓아두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종업원 월급이나 재료구입 등 회사운영에 필요한 기본자금조차 스스로 해결치 못해 대출이나 어음발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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