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스태미나식, 장어! 10여년 전만 해도 장어 구이집에 가면 수족관의 장어를 직접 잡아 식탁 위에서 바로 구웠다. 지금은 그런 집을 찾기 힘들지만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장어집이 그랬다. 요즘은 대신 주방에서 미리 구워 나온다. 손님이 보는 테이블 위에서 바로 구우려면 신선하긴 하지만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길게 걸려서다.서울 시청앞 프라자호텔 뒤편에 들어선 ‘동호 민물장어’는 옛날을 생각하게 하는 즉석 장어구이집이다. 20년전 문을 열었는데 지금도 똑같이 한다.
계단을 올라 2층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옆의 수족관에 장어들이 힘차게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모두 식탁 위에 오를 재료감들이다. 주문하면 조리사가 장어를 그물로 건져 올려 잡아다 준다. 배를 갈라 내장을 발라낸 뒤 불판 위에 올리는데 그 상태에서도 장어의 꼬리가 움직인다. 금방 잡아 신선하다는 증거다. 단골 손님들이 놓치지 않고 확인하는 장면이라 절대 주방에서 초벌구이를 해오지 않는다.
불판 위의 장어가 오그라들면서 익어갈 때쯤 직원이 다가와 장어를 반복해 뒤집어 준다. 앞뒤로 잘 굽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느러미와 잔가시를 잘라낸 뒤 초벌구이를 마칠 때쯤이면 붓으로 양념을 묻혀준다. 소금과 양념, 고추장 구이 3가지가 있는데 처음에는 대부분 소금구이를 먹는다. 볶은 소금을 뿌려서 구워 고소하다.
양념 소스는 정통일본식으로 만드는데 차이라면 덜 달다는 것이다. 간장 청주 생강 등 18가지 재료들로 만들었는데 간장 색깔과 같지만 짜진 않다. 조금 매운듯한 맛을 택하려면 고추장소스를 고르면 된다. 그다지 매울 정도는 아니다. 대부분 골고루 시켜 먹는다. 식사는 김치와 나물 반찬에 된장국과 공기밥으로 같이 한다.
다 굽히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20분 내외. 미리 잡아 주방에서 초벌구이를 해 갖다 주면 금방 굽힐텐데도 손님들은 결코 지루해 하지 않는다. 주인 이현주씨는 “바로 잡아 구우면 싱싱하기도 하지만 더 양념이 잘 배고 살이 부드럽다”고 소개한다.
장어는 대부분 전남 양어장에서 가져온 것들. 싱싱함이 생명이라 관리가 철저한 곳들하고만 거래한다고. 수족관 앞에도 ‘국내 양식 장어만을 취급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중장년 층을 비롯, 젊은이들과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장어를 좋아하는 일본 손님들이 잘 찾아 온다. 오래된 연륜이 눈에 띄는 인테리어 또한 요리 방식과 맛 처럼 20년전 그대로다.
메뉴와 가격/소금, 양념, 고추장 장어구이 1인분(1마리) 1만7,000원.
영업시간 및 휴일/ 밤10시30분 까지(토요일은 밤10시까지), 일요일 휴무.
규모 및 주차/ 2, 3층 테이블 25개, 룸6개.
찾아가는 길/ 프라자호텔 뒤편 대로변
연락처/(02)752-5237, 778-6159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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