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제 한은 총재 주재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하반기 경제전망이 매우 비관적이며 최악 상황을 가상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경제 전문가들이 공개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그만큼 우리 경제가 불길한 국면을 맞고 있음을 말해준다.비관적 경제전망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정부가 인정하지 않았을 뿐 민간 경제연구소나 업계는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최근에는 경제각료들까지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실토하고 있다. 2·4분기 말부터 내수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펴왔던 이헌재 부총리는 최근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내수와 투자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박승 한은 총재도 소비와 설비투자의 회복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웬만해선 비관적 전망을 입에 담지 않는 경제각료들이 이런 발언을 한다는 것은 경제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신호다. 불길한 조짐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2·4분기 현재 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CSI)가 69로 42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월소득 300만원 이상 고소득계층의 CSI도 계속 하락, 소비위축이 전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밖에 하반기부터 교통 상수도 LPG 등 각종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를 예정이고 잘 나가던 수출도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김선일씨 피살을 계기로 중동에 대한 수출 감소와 함께 우리나라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정부가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져 있을 여유가 없다. 경제 전문가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 최악의 상황을 가상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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