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때 방송부 활동을 했다. 내 고교 시절은 방송부 활동으로 대변될 만큼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책임감, 자신감, 진로 선택까지 내겐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학교 측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 학업에 방해가 된다"며 동아리 활동을 제한하자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어떤 선생님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 대학에 가지 못한다"고 공공연히 말했다.씁쓸했다. 고등학교는 오로지 대학에 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학교 입장에선 여럿이 함께 어울리며 내면의 가치를 키우는 동아리 활동보다 입시가 더 중요한 것이다. 고등학교를 대학 입학생을 찍어내는 공장으로 여기는 것과 같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와 이 곳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나는 다시 한번 놀랐다. '입시'가 '취업'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나 또한 대학 신입생 때는 동아리에 들어 활동했지만 학업에 몰두하다 보니 동아리방을 찾기가 어려웠다. 지금의 나를 소개할 말은 학교와 전공과 학년이 전부가 됐다.
친구들이 취업 이력서의 칸 채우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 아쉽다. 물론 여러 동아리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열심히 활동하는 학생도 있다. 그렇지만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일반 학생들이 이렇게 활동하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많은 친구들이 초·중·고교 시절 오로지 대학 진학을 위해 달려왔고 얻은 것은 대학 입학과 개인주의뿐이다. 이런 우리 세대 학생들이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요즘 주변의 친구들은 장래 희망으로 전문직이나 프리랜서를 꼽는다. 나는 이런 경향이 개인주의적 성향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나는 고교 방송부 동아리 활동에서 많은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을 내 인생의 가장 큰 소득으로 생각한다. 뭐든지 함께 하고, 힘들 땐 도와주며 즐거운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 그리고 그 만남을 지금까지 이어오는 것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함께 하는 마음을 가르치는 것이 참 교육이라 생각한다. 다가올 세상이 원하는 건 타인에게 등만 보이려는 '나 홀로'족이 아니라 함께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일 것이라고 믿는다. 학교와 교육 당국은 동아리 활동을 보장하는 교육 환경을 조성했으면 한다.
/서아름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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