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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기분좋은 나만의 공간,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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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기분좋은 나만의 공간,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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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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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개를 들어 책상을 둘러보자. 언제 누구로부터 받은 지도 모르는 서류들이 여기저기 널려있고, 몇 개월 동안 한 번도 꺼내보지 않은 책이 머리 높이까지 쌓여있다. 또 잘 나오지도 않는 볼펜과 사인펜 수십개가 녹슨 연필꽂이에 어지러이 꽂혀있지 않은가.‘책상은 자고로 어지러워야 진국’이라고 주장한다면 잠시 이 남자들의 책상을 구경해볼 것. 책상의 주인은 잡지 ‘싱글즈’의 남자 기자 최진우(26)씨,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최원철(22)씨, 캐릭터 애니메이션 디자이너 김창한(34)씨다. 예쁜 색상의 아기자기한 문구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귀여운 캐릭터가 어우러진 2m 남짓한 작은 공간을 살피다 보면 책상을 정리하고픈 마음이 절로 들 것이다.

"장난감이 아니라 실용품이죠." / 잡지 '싱글즈' 최진우 기자의 책상

“저 책상에서 일이 잘 되려나. 너무 예쁜 게 많아서 부담될 것 같은데….

9월 창간하는 여성잡지 ‘싱글스’의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 젊은 남자 기자 최진우씨의 책상을 지나가며 동료들이 한마디씩 던진다.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은 장난감 진열장을 방불케 한다. 빨간 점이 박힌 ‘땡땡이’ 책장 옆에는 나무로 짜맞춘 작은 연두색 진열장이 있고 그 안에는 아기자기한 사슴과 ‘헬로 키티’ 등 인형이 가득하다.

“인형이라고요? 모두 쓸모 있는 학용품이에요. 키티 모양 자동차는 연필깎기와 지우개가 합쳐진 제품이고 빨간 사과는 탁상 시계죠. 장난감 같이 보이는 이 흰 상자는 약통인데 타이머가 달려 있어 약 먹을 시간을 알려줍니다.”

클립 통 역시 색상이 화려하다. 세 개가 한 세트로 된 투명한 사각 플라스틱 통에 예쁜 색상의 클립, 집게, 고리 등이 담겨 있다. 벽에 붙은 자석은 심심한 원형 대신 아기오리, 벌떼 등 재미난 모양이다.

어릴 때부터 원색적인 물건에 끌렸다는 최씨가 본격적으로 문구 ‘수집’에 들어간 것은 고등학교 때. 당시 유행하던 ‘세일러문’의 캐릭터에 매료돼 ‘피겨(figureㆍ캐릭터를 그대로 본떠 만든 인형)’ 등 관련상품을 하나 둘, 사 모으다 보니 어느새 문구까지 손이 뻗쳤다. 그 때부터 모은 피겨만 1,000여 개, 문구도 서너 박스에 달한다.

“너무 비싸지 않은 것이라면 꼭 두개씩 삽니다. 하나는 편하게 쓰고 하나는 소장용으로 보관하지요. 제가 가진 일상 속의 작은 것들을 모아 ‘진우 박물관’을 만들 겁니다.”

최씨의 문구 구입 원칙은 ‘가짜는 절대로 사지 않는다’는 것. 아무리 시골 문방구에서 파는 것이라도 오리지널이라면 거침 없이 구입하지만 백화점에서 팔아도 모조품이나 아류 캐릭터는 사절이다.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세트를 주문할 때 주는 기념품도 소장 가치가 있어 대환영이다. 요즘은 최씨의 문구 사랑을 아는 친구들이 “‘길 가다 생각나서 사왔다”며 선물을 건네 주기도 한다. 최씨가 좋아하는 문구 매장은 인사동에 있는 ‘두아트’와 ‘토토의 오래된 물건’.

“문구는 단가가 비싸지 않아 한달에 2~3만원 정도면 책상을 멋지게 꾸밀 수 있어요. 공짜로 주는 제품이라도 마음에 든다면 꼭 챙겨두고 책상 위 적당한 자리를 찾아주지요. 이 ‘땡땡이’ 책장도 잡지 부록으로 나왔던 거예요. 책상을 개성에 맞게 꾸미면 지루한 일터가 훨씬 즐거워집니다.”

"아가씨 방보다 훨씬 예쁘죠?" / 대학생 최원철씨의 책상

대학생 최원철씨는 다양한 피겨와 독특한 스티커, 엽서 등으로 책상을 멋지게 꾸몄다. 밋밋한 디자인 제품을 자신만의 개성에 맞춰 꾸미는 감각도 눈에 띈다.

일반적인 남자 대학생의 자취방을 상상하고 이 남자의 방에 들어서면 깜짝 놀라게 된다. 성균관대 독문학과 3학년 최원철씨가 사는 작은 방은 웬만한 인테리어 매장을 방불케 한다. 특히 컴퓨터가 놓인 책상을 아기자기한 문구와 장난감으로 장식한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정면의 벽에 붙여둔 큼직한 코르크 판은 최씨의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곳. 아버지의 젊을 때 사진을 중심으로 엽서, 명함, 스티커 등이 무질서한 듯 맵시 있게 붙어 있다.

“스티커와 엽서는 제가 특히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아무리 밋밋한 수첩이라도 멋진 스티커 하나만 붙이면 금새 그럴듯한 디자인으로 변하지요. 엽서도 펀치로 구멍을 뚫어서 다이어리 사이사이에 끼어 두면 수첩을 열 때마다 기분이 밝아집니다. 공짜로 주는 것도 많아서 자주 바꿔줄 수 있으니 기분전환에도 좋지요.”

어릴 때 누나와 즐겨 놀다 아기자기한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최씨가 특히 추천하는 것은 다양한 디자인의 두꺼운 장식 테이프. 껌 통의 포장을 떼내고 붙이면 멋진 수납함이 되고 투명한 유리병에 붙이면 개성 있는 꽃병으로 변신한다. 디자인이 단순한 디지털 기기나 음향시설에도 죽 둘러주기만 하면 젊은 감각을 뽐낼 수 있다. 이씨가 가지고 있는 장식 테이프는 7종으로 모두 mmmg(www.mmmg.net) 브랜드 제품이다. 작은 정성이 큰 차이를 만든다는 뜻으로 ㎜, ㎎을 붙여 이름 지었다는 이 브랜드는 젊은 디자이너 몇 명이 희망적 메시지를 담은 독특한 제품을 선보여 문구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름나 있다.

이 밖에 최씨가 즐겨 찾는 곳은 대학로에 있는 ‘텐바이텐(www.10x10.co.kr)’과 ‘1300k(www.1300k.com)’의 오프라인 매장. 인터넷 매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독특한 문구들이 거리로 나와 등하굣길의 최씨를 유혹, 한 달에 문구에 쓰는 돈만 10만원에 달한다. 장남감도 좋아해 동대문구 창신동 완구도매골목도 자주 찾는다.

“고등학교 때도 재빨리 적어둔 수업 내용을 색연필 등으로 예쁘게 꾸며 정성스럽게 ‘본 노트’에 다시 옮겼지요. 그래서 제 노트는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왜 문구에 집착하냐고 물으면 자기만족이라고 밖에는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러나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을 쓰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만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아이만의 것이 아니죠" / 캐릭터 디자이너 김창한씨의 책상

서른이 넘은 남자가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의아하게 보는 이가 많을 것이다. 헬로키티, 미키 마우스, 마시마로 같은 캐릭터들이 반드시 어린이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남자 어른이 좋아해 이를 모은다면 어쩐지 찝찝한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 인기만화 ‘블랙젤리’를 올리고 있는 위즈 엔터테인먼트 김창한(34) 과장의 책상은 색연필과 달력부터 노트까지 캐릭터 용품으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전혀 알록달록하거나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과장은 ‘캐릭터에도 성격이 있어서’라고 답한다.

“선이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고 색상이 원색에서 한 톤 비껴가 있는 캐릭터는 어른이 써도 무난합니다. 특히 유럽에서 나온 캐릭터의 톤이 부드러워서 좋아합니다.”

짝눈에다가 솜이 모자라 배가 터진 곰 인형 ‘뉴튼’, 숲 속에 사는 생쥐 가족을 표현한 ‘브램블리 헷지’ 등이 김 과장이 좋아하는 캐릭터. 처음에는 동화책으로 나오다가 어른들에게 더 인기를 얻어 각종 문구로 제작됐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김 과장은 다이어리나 폴더를 이 같은 캐릭터의 일러스트로 꾸미기를 즐긴다. 물론 자신이 그리는 블랙젤리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 나오는 파일은 보통 겉면에 투명한 커버가 하나 더 붙어 쉽게 사진을 넣을 수 있도록 돼 있어요. 그 곳을 잘 활용하면 저렴한 가격의 캐릭터 용품을 직접 만들어 쓸 수 있습니다. 다이어리에도 투박한 속지를 빼내고 사이사이를 캐릭터 그림으로 가꿔보세요. 단, 캐릭터 종류가 3가지를 넘어서면 너무 복잡해 보이니 참고하세요.”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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