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25)은 ‘로마의 휴일’에서 따분한 공주의 삶이 싫어 ‘평민의 삶’으로 몰래 외출 나온 오드리 헵번을 연상시킨다. 최근 행보를 보면 이나영은 골목길로 내려 온 천상의 여인이다. 웃기고 귀여울 뿐 아니라 남자에게 먼저 손길을 내미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아는 여자’(장진 감독)와 ‘영어완전정복’(김성수 감독) 그리고 TV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는 이나영에게 그런 판타지를 입힌다. 라이벌이라 할 전지현이 ‘버릇 없는’ 팜므 파탈이라면 이나영은 ‘사람’ 냄새를 조금 더 지니고 있다. 마치 우리 모두가 ‘아는’ 여자인 것처럼.
‘영어…’에서 푼수 직전까지 내려갔던 이나영은 ‘아는 여자’에서는 조금 더 고급스럽게 웃긴다. 술 취해 여관방에 누운 정재영에게 “(당신을) 봉투에 넣어 반으로 접은 뒤 들고 왔다”고 태연스레 거짓말할 때부터 영화 마지막까지 그는 아기자기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런데 왜 감독들은 굳이 그녀로부터 털털하고 수수하고 남자에게 순종적인 면을 끌어내려고 할까. 혹시 실패한 연애를 그녀로부터 보상받고 싶어 그런 건 아닐까. 적어도 지금 이나영 만큼 남자들의 그런 판타지를 만족시켜주는 배우는 없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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