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과 천장이 온통 노란 투명비닐로 뒤덮인 전시실, 얇은 한지 두루마리들이 천장으로부터 길게 늘어져있다. 비닐로 뒤덮인 공간은 더운 공기를 품고, 늘어뜨려진 한지는 자그마한 움직임에도 떨린다. 공간은 멈춰있는가.23일 시작된 마로니에미술관의 ‘구름ㆍRolling Space’는 정지상태로 여겨지는 공간의 움직임과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현장이다. 전시 제목의 ‘구름’은 ‘구르다’의 명사형.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공간이 멈춰있지 않고 굴러가는, 즉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화가 김호득과 건축가 김준성, 설치작가 김미형 그리고 헬렌주현 박, 김 을, 박기원, 박상숙, 최진욱 등이 참여했다.
박기원이 노란 비닐을 제1전시실 벽과 천장에 뒤덮어 만들어낸 ‘더운 곳’에, 김호득은 윗부분 절반을 먹으로 검게 칠한 한지 12장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사선으로 길게 늘어뜨린 ‘흔들림, 문득’(사진)을 선보인다. 그 바닥에 박상숙이 전통가옥의 난방시설인 구들을 추상화한 ‘생활방식’을 전시해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한편, 쉬어갈 수도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제2전시실에서는 구멍을 뚫은 마른 버즘나무 낙엽으로 공간을 채워 호흡과 소통을 상징하는 김미형의 작품 등 공간과 장소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 외벽과 입구도 철구조물과 천으로 켜를 입혀 건물의 구조와 동선을 드러낸 김준성의 작업 등으로 변모한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공간의 구성 : 깊이의 기하학과 지각’ 및 공간의 의미에 대해 토론하는 심포지움도 7월7일 열고, 어린이를 위해 전시설명과 실기수업을 겸하는 체험프로그램(수요일 오후3시30분)도 마련했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02)760-4724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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