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TV 하면 일본의 소니 제품을 최고로 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만들고 있는 DLP(Digital Light Processing) 프로젝션 TV는 바로 '최고의 TV=소니'라는 공식을 깨버린 최초의 '메이드 인 코리아 TV'다. 세계 최대의 디지털TV 시장인 북미에서 삼성전자의 DLP 프로젝션 TV는 동급 제품군에서 당당하게 소니를 제치고 최고 인기 상품 지위를 누리고 있다.미국내 최대 가전유통업체인 '베스트 바이'의 TV 매장에서 삼성전자의 DLP 프로젝션 TV는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동급의 소니 제품보다 10% 이상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판매대수 면에서도 삼성전자의 DLP 프로젝션은 지난해 미국에서만 약 16만여대를 기록, 동급인 소니의 액정표시장치(LCD) 프로젝션 TV(4만여대), 파나소닉의 LCD 프로젝션 TV(3만2,000여대)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당초 DLP 프로젝션 TV를 먼저 개발한 것은 소니다. 하지만 시험용 제품만 내놓고 시장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던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대중적인 가격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상용화에 먼저 성공하면서 '대박'의 행운을 차지했다. 삼성의 DLP 프로젝션 TV가 무섭게 팔려나가자 LCD 방식의 프로젝션 TV를 고집하던 소니도 뒤늦게 DLP 방식으로 돌아섰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DLP 프로젝션 TV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DLP칩이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사에서 만든 반도체 칩이라는 사실. 올들어 삼성전기가 TI의 칩을 대체할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DLP 프로젝션 TV가 돌풍을 일으킨 비결은 무엇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점. DLP 프로젝션 TV는 디지털 TV 제품군의 경쟁 제품인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와 LCD TV보다 가격은 40% 가량 저렴한데도 화질이나 성능은 비슷하다. 또 구형 프로젝션 TV의 단점인 두꺼운 화면 두께도 크게 줄여 얇은 화면을 만든 것도 인기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에는 벽걸이형 DLP 프로젝션 TV도 선보였다.
DLP 프로젝션 TV의 원리는 영화관의 영사기와 비슷하다. 92만1,600개의 미세한 거울들이 외부 신호에 따라 반사각도를 조절, 조그만 영상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색이 바래거나 불량 화소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며 램프만 교체하면 수명도 거의 영구적이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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