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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美 지역경제블록화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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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美 지역경제블록화와 한국

입력
200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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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라크에서 직면하고 있는 격렬한 저항과 미국에 대한 아랍권의 반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대미 테러 위험 등이 현재 미국 관련된 외신의 주요 주제들이다. 미국과 관련된 국제정치적인 이슈가 우리의 국방 문제와 겹쳐지면서 우리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김선일씨가 피랍, 살해되면서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국론의 양분과 대립은 불가피하게 되었다.이라크 파병과 같은 중요한 국가적 이슈를 두고 충분한 준비와 논의를 게을리한 정부와 정치인, 그리고 지식인 모두가 철저한 반성과 자책을 해야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정치질서의 재편과정에 자의이던 타의이던 한국이 얼마나 깊숙이 관여되어 있고, 또 미국의 정책변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를 일깨워 준 사건이다. 이 점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또 다른 얼굴인 대외경제정책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방문제만큼이나 우리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가 미국 대외경제정책의 변화이다.

최근의 가장 두드러진 미국 대외경제정책의 변화는 미국이 미주대륙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경제협력체의 구축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의 종결로 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이후 미국은 양자간 협상을 통하여 상품 및 서비스의 무역장벽철폐를 추구하면서 무역보복의 위협을 가하는 전략은 자제하고 있으나, 이때부터 차별적 통상협정을 기초로 지역경제협력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미국이 다자간 협상에 의한 자유무역체제의 성립이라는 기존의 원칙을 버리고 이처럼 지역주의에 기반한 대외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호혜성의 원칙에 입각한 다자간 협상에 의존하여 자유무역의 확산을 추구하던 미국의 통상정책은 80년대 초반부터 중대한 변화를 맞이한다. 변화의 핵심은 호혜성의 원칙에 입각한 다자주의 방식으로 자유무역체제를 유지·확산하려는 기존의 정책기조를 '공정한 자유무역' 원칙이 대체한 것이다. 공정한 자유무역의 원칙은 정책적으로는 슈퍼301조와 같은 공격적 일방주의와 특혜적 통상협정에 기초한 자유무역지대의 수립으로 나타났다.

양자간 협상에 의거한 자유무역권역의 구성은 다자간 협상에 의한 상호주의와는 분명 구별되는 것으로 자유무역체제의 유지에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내포한다. 특히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로 대표되는 최근의 지역경제 협력체는 2차 대전 이후 최혜국원리에 배치되는 무역관행에 일관되게 제동을 걸어온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미국은 미주 대륙을 넘어 아시아권, 중동,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과의 지역경체협력체를 수립함으로써, 여러 지역블록들을 연결하는 중심축 역할을 수행하려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 미국 주도의 지역 공동체 형성의 확대가 자유무역체제의 강화를 통해 조화로운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유도할 것인지, 두 번의 세계대전사이에 팽배했던 배타적 지역 협력체로 귀착될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양국간 자유무역지대 수립을 기초로 권역을 확보해 나가려는 미국의 지역주의 정책이 미국 중심의 배타적 무역권역의 형성으로 귀착된다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중차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한국―일본, 한국―싱가포르간의 자유무역지대 협상은 미국 중심의 지역주의와의 연관성 속에서 접근되어져야만 한다.

/정하용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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