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일아! 선일아!…", "내 아들을 살려내라!"23일 새벽 이라크 저항단체에 피랍된 김선일(34)씨가 끝내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무사귀환을 손꼽아 기다리던 김씨의 아버지 김종규(69)씨와 어머니 신영자(59)씨는 아들 이름을 목놓아 외치며 절규했다.
선일씨 부모 모두 실신, 병원 치료
아버지 김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살아 있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 쓰러졌다.
어머니 신씨도 "이 일을 어쩌나,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쩌나"라고 울부짖으며 넋을 잃었다. 이들 부부는 아들 살해소식에 충격을 받아 한때 실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큰누나 향림(41)씨와 작은누나 미정(38)씨는 "그렇게 살려 달라고 애원했는데…"라고 허탈해 하며 선일씨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여동생 정숙(32)씨도 "꼭 살아 있을 것으로 믿었는데…"라고 방바닥을 치며 울부짖어 가족들의 가슴을 더욱 미어지게 했다.
전날 선일씨가 무사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정부와 회사측이 저항단체와 협상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생환에 희망을 갖고 있던 상황이어서 가족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가족들은 한동안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서로 부둥켜 안고 오열하며 외부 접촉을 피하다 오전 3시께 작은방에 임시빈소를 마련, 이국 땅에서 공포에 떨다 비통하게 숨져간 선일씨의 명복을 빌었다.
'정부가 선일이 죽였다' 비통
충격에 빠졌던 가족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안정을 되찾게 되자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선일이를 죽였다"며 정부에 대한 강한 원망을 표시했다.
아버지 김씨는 "아들이 살해 위험에 처했는데도 정부가 추가파병 방침을 재천명해 저항단체를 자극, 죽게 만들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무사귀환을 기원했던 이웃 주민들도 피살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주민 30여명은 이날 새벽 TV를 통해 김씨 피살소식을 듣고 잠옷바람으로 달려 나와 "살아서 돌아올 것 같더니 이게 무슨 일이냐"며 가족들과 부둥켜안고 울음바다를 이루었다.
주민 정희진(50)씨는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일본은 비슷한 상황에서 인질을 살려냈는데 왜 우리 정부는 못했느냐"고 정부를 성토했다.
특별기도회까지 열며 김씨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던 대학 은사와 동창들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목사가 꿈이었던 김씨를 가르쳤던 경성대 신학대 최종호 교수는 빈소를 찾아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명복을 빌었다.
고교동기 유훈철(33)씨는 "진짜 사실이냐"며 수차례 반문한 뒤 "실낱같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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