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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쓸데없는 데 돈 쓰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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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쓸데없는 데 돈 쓰는 재미

입력
200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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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가 시작되었다. 단오날은 하루지만 강릉시내 남대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단오놀이는 우리 어린 시절에도 닷새쯤 갔다. 굿판도 오래 갔고, 제일 크게 터를 잡은 곡마단 패거리들도 한번 천막을 친 김에 열흘쯤 장사를 했던 것 같다.우리 같은 시골 아이들은 일년에 한번 마음 놓고 시내 구경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할아버지를 따라가도 좋고, 할머니를 따라 가도 좋고,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가도 좋다. 나는 세 번 다 따라가보았다.

할아버지를 따라가면 사람 적은 그늘에서 지팡이만 잘 받들고 있다가 온다. 할머니를 따라가면 종일 굿판에만 있고 싶어 하신다.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가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다. 길가에서 파는 갖가지 기묘한 것들을 사달라고 하면 안 된다는 소리만 한다.

제일 재미있는 것은 형들을 따라가는 것이다. 형들을 따라가면 곡마단에도 들어가고, 길 가에 있는 각종 뽑기와 야바위도 해볼 수 있다. 그런데 형들을 따라가면 재미는 있어도 하루 종일 배가 쫄쫄이다. 용돈을 두둑이 타가도 그렇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쓸데없는' 데에다가 돈을 쓰는 게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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