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조수미(42)의 국내 첫 오페라 무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리골레토’가 7월 23~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라간다. 세종문화회관이 이탈리아의 볼로냐 오페라극장 프로덕션을 통째로 들여와 선보이는 이 공연은 ‘우리 시대 최고의 리골레토’로 꼽히는 명 바리톤 레오 누치(62)가 가세함으로써 오페라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4년째 유럽에서 활동 중인 우리나라의 대표적 바리톤 고성현이 또 한 명의 리골레토로 누치와 맞대결을 펼치게 돼 더욱 화제다.조수미의 국내 공연은 많았지만 오페라는 처음이다. ‘리골레토’의 여주인공 질다는 그가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는 배역.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이 역으로 유럽에 데뷔했고,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도 이 역으로 인기를 모았다.
조수미와 극중 부녀지간으로 나올 레오 누치는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더불어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오페라 영웅이다. 볼로냐 출신인 그는 25세 때인 1967년 스폴레토 페스티벌에서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로 데뷔했다. 세계적 가수로서 입지를 굳힌 전환점은 1978년 런던 코벤트가든의 ‘루이자 밀러’. 그 뒤로 라 스칼라, 코벤트가든, 메트로폴리탄, 비엔나 슈타츠오퍼 등 전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에 서고 있다. 조수미와는 메트로폴리탄에서도 함께 ‘리골레토’를 해봤다.
주역을 두 팀으로 짠 이번 공연에서 조수미-레오 누치 팀의 맞수는 고성현과 노르웨이 출신 소프라노 엘리자베트 노르베리슐츠. 고성현은 최근 한국오페라단의 ‘루치아’에서 출연해 무대를 압도하는 노래와 연기를 보여줬다. 레오 누치와 마찬가지로 리골레토는 그의 장기다. 베르디 사망 100주기인 2001년은 독일 등 유럽에서 이 역으로 37회나 공연했다. 이골이 났을 법도 한데, 그는 “제일 많이 해본, 그러나 제일 조심스런 역“이라고 말한다.
“리골레토는 모든 바리톤이 원하는 역이지만, 하면 할수록 급소가 많은 역입니다. 사랑하는 딸을 바람둥이 귀족에게 농락당한 어릿광대의 분노와 슬픔, 외로움과 절망, 복수 등 어둡고 다양한 감정의 색채를 구사해야 하기 때문에 욕심을 부렸다간 4막까지 끌고가기 어렵지요. 그래서 늘 다짐합니다. ‘과장하거나 뭔가 보여주려고 하지 말고 베르디가 써놓은대로만 하자’고.”
노르베리슐츠 또한 세계 유수의 오페라극장과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함께 활동 중인 미모의 소프라노. 그는 서울 공연에 앞서 볼로냐 오페라극장의 ‘리골레토’(19~29일)에 레오 누치와 나란히 출연한다.
테너의 아리아로 너무나 유명한 ‘여자의 마음’ 등을 부를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 역은 아킬레스 마카도, 드보르스키 미로슬라프가 번갈아 맡는다. 이 두 가수의 경력 또한 만만치 않다. 마카도는 8월 이탈리아의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 같은 역으로 출연한다. 슬로바키아 태생인 미로슬라프도 2001년부터 매년 비엔나 슈타츠오퍼의 무대에 등장하고 있는 실력파다.
이번 공연의 무대ㆍ의상ㆍ조명 일체는 볼로냐에서 갖고 온다. 로마극장의 상임연출ㆍ공연제작 총감독을 지낸 주세페 줄리아노가 연출하고, 크로아티아 출신 비예코슬라프 수테이가 서울시향을 지휘한다. 4만~30만원. (02)399-1114~9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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