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를 끔찍하게 살해한 테러단체 '유일신과 성전'(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은 현재 이라크에서 테러를 일삼고 있는 요르단 출신의 거물 테러리스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38)에 의해 조종되는 조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국제적인 테러 조직망 알 카에다와 깊은 연계가 있다.실제로 이번 김씨 피살 사건은 올 5월 자르카위가 이끄는 또 다른 조직에 의해 저질러진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 참수사건, 지난 주 사우디의 알 카에다 조직이 저지른 미국인 폴 존슨 살해사건 등과 매우 유사하게 진행됐다. 살해 직전 인질에게 낙하산복 모양의 오렌지색 옷을 입힌다거나, 살해를 전격적으로 실행한다는 점 등에서 그렇다.
요르단에서 처음 만들어져 팔레스타인 수니파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유일신과 성전'의 조직 구성은 적어도 2001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정보기관들은 이 단체의 세포조직이 2001년 9월 독일에 심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모하메드 아부 데스가 이끌던 당시 조직은 독일에서 무차별 테러를 기획하다 적발됐고, 자르카위는 아부 데스와 만나 독일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공격을 지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김씨를 살해한 이라크 내 조직은 서방과 요르단,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활동하던 테러리스트들과 이라크 현지의 수니파 과격세력이 합작해 세운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전이 끝난 지난해 하반기 중동의 테러리스트들이 대거 이라크로 몰려왔고, 이들은 가장 거세게 미군에게 저항해온 이라크 수니파들의 거점도시인 팔루자에서 둥지를 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조직은 이라크전 종전 직후 발호했던 자생적인 무장단체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서방 언론들은 '유일신과 성전'의 핵심은 자르카위가 조종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 조직의 실체와 자르카위가 어떤 인물인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분석했다. 10대 때부터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에 몸담은 자르카위는 1980년대에 아프간에서 구 소련의 침공에 저항한 이슬람 지하드(성전)에서 활약하면서 지도자로 성장했다. 그가 빈 라덴과 인연을 맺은 것도 이 때이다.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이라크에서 활동한 자르카위가 미군을 몰아내 이슬람 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미군 등을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군이 민간인 사상이라는 후유증을 감수하면서도 자르카위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팔루자의 안가를 두 차례나 폭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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