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2년 6월24일 미국 오하이오주 호스케이브크릭에서 태어나 1914년 멕시코에서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앰브로스 비어스는 귀신이나 둔갑술·텔레파시 같은 초자연적 현상들을 소재로 단편들을 여럿 써 환상문학의 한 봉우리로 꼽히는 소설가다. 그러나 그의 저서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지고 가장 널리 인용되는 것은 냉소와 풍자를 통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 '악마의 사전'(1911)일 것이다. "달콤한 술보다는 씁쓸한 술을, 감정보다는 감각을, 유머보다는 기지를, 속어보다는 깨끗한 영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고 저자가 밝힌 이 책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가치들의 어두운 속살을 가차없이 헤집는다.이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행복'은 '다른 사람의 불행을 곱씹어볼 때 드는 유쾌한 감정'이고, '증오'는 '타인이 나보다 잘난 경우에 생기는 감정'이며, '축하'는 '질투의 사회적 표현'이다. '편애'는 '환멸의 예비 과정'이고, '충고'는 '친구를 잃는 수많은 방법 가운데 바보가 특히 선호하는 것'이다. '애국자'는 '부분에 대한 관심이 전체에 대한 관심을 능가하는 사람'이고, '기자'는 '추측을 통해 진실을 찾아가며 말의 홍수로 그 진실을 흐리는 작가'이며, '변호사'는 '법을 우회하는 기술을 지닌 사람'이다. 또 '반감'은 '친구의 친구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이고, '고뇌'는 '친구의 성공을 목격했을 때 걸리는 질병'이며, '능가하다'는 '적을 만들다'라는 뜻이고, '대담(大膽)'은 '안전한 상태에 있는 남성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이다.
비어스가 내린 이 정의들은 책 제목 그대로 악마적·악의적이고, 크게 과장되었고, 말할 나위 없이 일면적이다. 그러나 그 정의들은 바로 그 일면성을 통해, 한 움큼의 진실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는 이치들의 그늘을 드러내며 우리 눈을 맑게 한다. 슬프게도.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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