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구나. 젖도 떼지 않은 너를 병원에 남기고 간 것도, 그런 엄마를 만나겠다고 찾아온 너를 그간 모른체 한 것도… 너무나 미안하구나"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를 낳아준 것만으로도 어머니는 제게 큰 선물을 주신 거에요."생후 100여일 만에 미국으로 입양돼 낳아준 어머니를 찾기 위해 17년 만에 고국을 찾은 박현우(미국명 앤드루 팍 실러·17)군이 22일 출국 직전 극적으로 생모와 상봉했다. 박군은 생모의 품에 안겨 그간 참았던 설움을 한번에 토해내듯 울음을 쏟아냈고, 박군을 만나러 오면서 연신 흘린 눈물에 퉁퉁 부은 눈으로 나타난 생모 A씨도 장성한 아들을 껴안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생모는 박군에게 "엄마 없이도 이렇게 멋지게 자라준 네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말을 잇지 못했으며, 박군은 "좋은 양부모 밑에서 자라고 있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답했다.
그간 박군은 생모를 만나기 위해 두 차례나 한국을 방문하면서 백방으로 수소문해왔다. 동방사회복지회와 미국입양기관 딜런양자회가 주최한 모국방문단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0일 한국에 와 생모를 찾기 위해 출생지인 부산과 서울의 입양기관 등을 찾아 다니며 자신의 기록을 뒤졌지만 허사였다. 이런 내용은 언론(본보 6월17일자 보도)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아무런 연락이 없어 결국 생모찾기를 포기하고 출국을 준비하던 박군은 복지회로부터 꿈에 그리던 전화를 받았다. 생모가 나타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고 있다는 것. 생모 A씨는 "결혼해 다른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현우를 만나는 게 두려웠고 키우지 못한 게 미안해 차마 용기가 없었다"며 용서를 빌었다. 박군이 오후4시30분발 비행기로 출국해야 했기에 이들 모자는 만난 지 1시간만에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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