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의류(地衣類)를 아시나요? 더러 바위나 나무에 붙어사는 녹회색의 얼룩처럼 보이는 생물 말입니다. 선태류(蘚苔類)인 이끼와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아 혼동되기도 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종입니다. 숲의 나무둥치나 바위, 오래된 고궁 담장과 기와 같은 곳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지의류입니다. 한번 보고 나면 "아하, 이것이었구나" 하고 금새 알아차리실 겁니다.지의류를 이름 그대로 바위옷이라고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의류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사실 지의류가 환경오염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지의류가 얼마나 많이 출현하느냐 만으로 오염 여부를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지의류가 서식하는 데는 광선이 필수적이므로 전혀 오염되지 않은 숲이라도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곳이나 풀과 나무로 바위나 땅이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지요. 고도, 즉 산의 높이에도 영향을 받고요.
하지만 적어도 유사한 조건을 가진 곳이라고 할 때 오염된 지역에서는 지의류가 출현하지 않는다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또한 지의류 중에는 청정지역 지표종 같은 종류들도 기록되고 있지요. 유럽의 한 국가에서는 전국을 대상으로 지의류의 분포상황과 폐암환자 발생률을 조사했는데 거의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 학자들이 단순히 식물학적 관심에서 한발 나아가 환경과 연관하여 지의류를 연구하며, 영국에서는 모든 종의 전국 분포지도가 만들어져 있을 정도로 정밀조사가 돼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일부 지의류로 차와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의약품이나 염료의 재료로 관심을 두기도 합니다. 참, 우리가 먹는 석이버섯은 버섯이 아니고 바로 지의류랍니다.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지의류에 관심을 두고 보니,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알고 있는 것도, 연구해 놓은 것도 참 빈약하더라구요. 일단 지의류의 실체를 보면 이끼처럼 하등식물도 아니고 버섯처럼 미생물로도 분류되지도 않습니다. 지의류는 똑 같은 하등식물이라고 할 수 있는 조류(藻類)와 진균(주로 자낭균류)이 서로 어우러져 구성된 하나의 독립된 생물체입니다. 진균은 지의류의 몸체를 만들고 무기양분과 수분을 조류에게 공급하며 구조적으로 조류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조류는 광합성을 하여 그 산물을 진균에게 공급합니다. 식물도 미생물도 아닌 두 생물군이 서로 공생을 하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독립생물체. 참 신기하고도 어려운 존재이지요.
지구상에는 매우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지의류가 존재합니다. 세계적으로 약 1만8,000∼2만2,000종 정도가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300여 종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중요하다면 정말 중요할 수 있는 생물군을 연구하려 들고 보니 도감 같은 문헌은 물론 우리말 이름조차 거의 붙여져 있지 않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함께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햇살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지의류라는 이 특별한 생물을 조금이라도 주목하고 혹시 힘이 된다면 우리 이름이라도 적절하게 붙여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유미/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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