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김선일씨 피살사건에 충격을 받은 재계는 23일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해외파견 인력과 지사의 안전문제를 재점검하는 등 대책마련에 골몰했다. 재계는 일단 기대했던 '중동지역 특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판단, 중·장기 대책마련에 들어갔다.산업자원부는 23일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을 통해 모든 기업들에게 내달 초까지 철수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KOTRA는 "외교통상부와 협조해 이라크 진출 기업과 교민들의 철수를 돕고 있다"며 "바그다드에 남아 있는 무역관장도 암만으로 철수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특히 최근 이라크 무장단체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인을 납치해 처형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감안, 중동지역 전체의 파견인력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두바이의 중동·아프리카 총괄 이병우 상무를 중심으로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인원과 안전상태를 점검했다. LG전자도 모든 직원들의 이라크 출장을 금지시키고 출장이 불가피할 경우 반드시 임원의 결재를 받도록 지시했다. 또 중동지역 법인과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공공장소 출입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바레인에 지점을 두고 있는 우리은행은 "불필요한 외출과 원거리 출장을 삼가라"고 긴급지침을 보냈다. 바레인과 두바이에서 지점과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외환은행도 주재 직원들의 안전을 수시로 확인하라는 지침을 보냈다.
중동특수의 1차 수혜를 기대했던 건설업계도 이라크 재건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2월 2억2,000만달러의 이라크 재건사업을 수주한 현대건설은 이달 중 착공하려던 사업계획이 어렵게 되자 발주처와 협의, 착공시기를 7∼8월로 재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달 말께 발주처인 워싱턴그룹과 협의해 구체적인 착공시기를 정할 것"이라며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더라도 곧바로 공사를 착수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정부가 치안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국내업체의 진출을 자제 시킬 방침이어서 이라크 재건공사 참여 연기는 장기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올 들어 5월까지 해외건설 수주는 이라크 재건사업 수주로 59건 30억6,200만달러에 달해 지난해 같은시기(70건, 8억9,900만달러)에 비해 건수는 줄었지만 규모는 3.4배 증가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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