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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캬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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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캬바레'

입력
200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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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팬티 위에 검은 스타킹 차림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악사도 있을까. 브로드웨이에서 8,000회 넘게 공연했던 ‘캬바레’에서는 그런 진풍경이 벌어진다. 24일부터 8월1일까지 대전, 서울, 대구, 부산 무대를 차례로 오르는 ‘캬바레’는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직접 꾸민 자리. 예술의전당 연습실 3층, 야한 속옷 차림의 그들이 공연을 앞두고 무대바닥을 땀으로 적시고 있었다.트럼펫, 트롬본에 바이올린, 첼로까지 어우러진 소악단이 그럴듯한 음악을 빚어낸다. 관능적이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멜로디가 귀에 익다. 바로 뮤지컬 ‘시카고’의 음악을 맡았던 존 칸더의 음악이다. 연습실 문을 열자 제멋대로 입고 앉은 이들의 손끝에서 음악이 흘러 넘쳤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연습장에서 몸 풀던 배우들이 악단 자리로 왔다 갔다 반복하며 연주하는 것. 악단 주자 21명 가운데 13명이 배우다. 노래, 연기, 춤 거기에 악기 연주까지. 그렇다고 개런티를 2배 받는 것은 아니다. 조연출 스티븐 콜리어는 “‘캬바레’는 체력적으로 힘든 작품이며 무엇보다도 캐스팅이 어려운 작품”이라며 “연기부터 연주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음악감독 존 C. 오닐도 “배우가 연주까지 하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며 “1966년 초연 때 모두가 놀랐을 정도로 충격을 주었다”고 덧붙였다. 전문 연주자가 아니어서 완벽하게 잘 하지는 못해도 배우가 연주한다는 느낌이 중요하다는 것.

‘캬바레’는 나치가 정권을 잡기 직전, 우울하고 퇴폐적인 독일 베를린의 한 캬바레를 무대로 정치적 변화가 소시민의 일상을 어떻게 뒤흔드는가를 그린 작품이다. 도발적인 의상, 끈적끈적한 선율, 가슴을 아리게 하는 이야기가 절묘하게 반죽돼 있다. 이번 공연은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연출을 맡은, 재기 넘치는 영국 출신 연출가 샘 멘데스의 98년 리바이벌 작품이다.

전날 총연습을 마친 뒤라 이날은 배우 개인 연습과 그룹 지도가 이어졌다. 카트리나 요키(샐리 보울즈)와 조지나(창녀 코스트)는 연습실 4층에서 음악감독과 노래를 맞췄고 밴스 에이버리(엠시)는 조연출과 연기에 대해 상의했다. 30여명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분 단위 스케줄에 따라 움직였다.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주인공 샐리 보울즈 역의 카트리나 요키에게 작품의 매력이 뭐냐고 물었다. “우리 배우가 연주까지 한다는 게 판타스틱하다. 우린 축복 받은 사람이다.” 아코디언부터 색소폰까지 모두 거치며 ‘캬바레’의 맨 밑바닥부터 밟아 주인공까지 오른 그녀에게서 훈장처럼 빛나는 세월의 힘을 보았다. (02)577-1987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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