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벽 김선일씨가 결국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충격과 안타까움 속에서도 "정부의 외교력 부재 등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심상용 YMCA 시민사업팀장은 "세계 3위 규모의 이라크 파병국이 되는 마당에 한미동맹에만 관심을 둔 채 현지 종교 지도자나 임시정부와의 관계를 소홀히 해 사태를 극단으로 몰고 왔다"며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윤순철 경실련 정책실장도 "정부는 파병 여부에만 관심을 기울인 채 교민들과 해외체류 한국인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테러는 안 된다'라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이라크 체류 한국인을 철수시키는 등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회사원 김연탁(29)씨는 "김씨 피랍 날짜도 제대로 파악 못했던 정부가 무얼 할 수 있었겠느냐"고 꼬집었다.
네티즌들 역시 극단적인 상황을 몰고온 정부의 대응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한 네티즌(첫 마음)은 "자국민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가 누굴 위해 이라크 파병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과 네티즌은 "무장단체의 의도가 분명했기 때문에 정부가 백방으로 노력했더라도 막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냉철한 현실인식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창현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은 "민간인에 대한 테러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의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가 손을 쓰기엔 너무 촉박한 시간이었던 만큼 정부를 비난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 게시판과 커뮤티니에는 김씨의 명복을 비는 근조리본(▶★★★?)을 앞에 붙인 글이 속속 올라오는 등 추모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슬람 신도들은 김씨의 살해 소식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한국인의 '성난 민심'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파키스탄 출신 야히아(43·노동)씨는 "납치된 한국인이 살해됐다는 소식은 정말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라며 "국내 이슬람 신도들이 한국을 좋아한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이슬람교중앙회는 성명을 발표, "이라크 저항세력의 행위는 평화와 종교애라는 이슬람의 정신과 대의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밝혔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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