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의 중국 현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부품소재 만큼은 한국에서 만들어 중국 공장에 수출했지만 이마저도 중국에서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부품에 관한한 국내 투자로 회귀하는 일본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대중 수출의 70%에 달하는 부품소재의 중국 현지화가 급진전되면 한국은 더 이상 중국에 수출할 물건이 없어지게 돼 중국의 변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중국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제2공장을 건설하기로 중국 당국과 협정을 체결했다. 협력업체들도 동반진출, 현지 부품조달비율을 9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중국법인 판매본부장 이창호 상무는 "중국기업의 기술경쟁력이 높아졌고, 고급 기술인력도 많아져 굳이 한국에서 부품을 수입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도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액정표시장치(LCD) TV 등 디지털 TV분야 부품 현지화 비율(현재 50% 수준)을 계속 높여나갈 방침이다. 이미 냉장고 등 백색가전 부문은 현지 부품조달 비율이 90∼100%에 달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중국에서 조업중인 한국기업 89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업체의 56%가 앞으로 원부자재 조달선을 중국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중국경제 고성장으로 손쉽게 부품소재를 수출해 먹고 살던 시대가 막을 내릴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글로벌화의 일원으로 진행됐던 중국 진출 전략이 아예 모든 생산시설과 본사까지 옮기는 중국 '올인' 전략으로 전환하는 조짐도 가시화하고 있다. KIEP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업체의 33%가 생산시설을 모두 중국으로 이전해 완전 중국기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중국에 물건 팔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라 팔 물건이 없어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KIEP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계의 대중 수출 부품 및 소재의 비중은 현재 69.4%지만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등 외국기업의 중국산 부품소재 사용비중이 늘어나면 대중 수출은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중국과 효과적인 분업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전경련이 최근 일본 게이단렌(經團連) 소속 17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일본 기업들 대부분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은 국내에서, 중국 내수를 겨냥한 대량생산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체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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