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자위대 철수를 요구하며 1주일여간 인질로 잡았던 일본인 민간인 5명을 풀어주면서 이라크 무장저항세력은 세 가지를 주요한 석방 이유로 밝혔다.일본 국민 대다수가 자위대 파병에 반대하고 있다, 인질들이 미군과 관계없이 이라크에 우호적인 활동을 했다, 이라크 이슬람 성직자들의 석방 요청을 존중한다는 점 등이다.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 인질 사건을 접하는 우리 정부는 자국민의 인명을 구해야 한다는 의무와 테러위협에 굴복해 국가가 결정한 파병을 취소할 수는 없다는 원칙 사이에서 당시 일본 정부와 똑같은 고민에 빠져있다.
일본 정부는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무장관을 아랍 위성TV에 내보내 "자위대는 점령활동과는 다른 급수·학교건설 등 순수 인도지원 활동만 한다"고 강조했다. 인질 가족들도 TV에 나가 "우리도 자위대 파병에 반대했고 그들은 이라크인의 친구"라며 눈물로 탄원했다. 무장저항세력의 석방이유를 살펴보면 자위대가 미영 점령군과는 다르고 일본도 자위대 파병에 많은 고뇌를 했다는 이러한 호소가 통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 정부도 한국이 이라크인을 적대하지 않지만 군대를 보낼 수밖에 없는 특수한 처지를 이라크 전체에 열심히 알리는 도리밖에 없다. 3,000명을 추가 파병하면 이라크의 한국 민간인은 물론이고 한국군의 신변에도 위험이 더욱 커진다.
치안유지가 주목적인 다국적군은 평화유지군(PKF)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래서 독자지휘권 확보, 구체적인 활동내용, 현지 대민홍보 등 일본 정치권에서는 지겨울 정도로 정밀한 논의가 매일 이어지고 있다. 파병 찬반의 명분론만 무성하다가 덜컥 병력 수와 파병 날짜만 결정해서 될 일이 아니다.
/신윤석 도쿄 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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